[문학예술]소리의 황홀-오디오가 내 인생을 바꿨다

  • 입력 2001년 5월 11일 19시 27분


소리의 황홀

윤광준 지음

312쪽 1만2000원 효형출판

‘고조된 자아감정’과 ‘관념의 난조’ 상태를 두고 저자는 이렇게 고상한 표현을 쓴다. ‘이 세상에 유보시킬 행복은 없다’라고. 풀이하자면 좋아하는 일은 달러 빚을 내든 신체포기 각서를 써든,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저자의 글을 옮기자면 ‘절실하게 필요할 땐 가질 수 없고, 가질 수 있을 땐 그 필요가 절실해지지 않는 쌍곡선의 비애’가 오디오를 통해 깨달은 인생론이란다.

이 책은 국내에 대략 3만 명, 잠재적 선망층까지 합하면 3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오디오 애호가들을 위한 에세이집이다.

아는 사람에게는 너무 쉽게 느껴지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너무 어렵게만 여겨지는 게 전문서 집필의 난점인데, 저자는 ‘모르는 사람’을 독자로 선택했다. 최초의 오디오 에세이집이라는 평가가 그 때문이다. 기존에 드물게 나온 오디오 책이 전문적인 기기 메커니즘 설명서이거나 명품 안내서들인데 반해 이 책은 동료 전문가들에게 ‘비웃음 살 각오를 하고’ 쉽게 풀어 쓴 글이다.

이 책에도 저자가 선정한 10대 명기 이야기가 있고(3부 ‘하이엔드 오디오의 세계’), 앰프 스피커 플레이어 등 각 파트별로 구체적인 이해를 도모하는 항목(2부 ‘오디오 더 깊이 사랑하기’)이 담겨 있지만, 압권은 1부를 구성하는 ‘추억과 열정의 오디오 편력기’ 편이다.

거기엔 20여 년 간에 걸친 오디오 광풍이 안겨준 생의 깨달음이 있고, 추억을 공유한 오디오 명인들의 배꼽 잡는 일화들이 그득하다. 내 얘기책으로 쓰면 열 권 짜리 장편이야, 하고 넋두리함 직한 전설의 주인공들이 실명으로 나와 왜 소리라는 요물이 인생을 접수해 버리는지 속사정을 밝힌다. 저자가 노대가의 글을 인용해 정리한 이 병의 공통 증상은 이렇다.

“희귀병으로 전염성이 있으며, 드물게 2세에 유전되는 수도 있으므로 죽어도 낫지 않을 병이다. 자각 증상은 발병 후 장시간 경과해야 나타나는데 마이다스마저도 치료비를 감당키 어려운 난치의 고급병이다.”

가만 있자. 겁먹는 분들이 있겠다.염려마시라.오디오에 목숨 바쳐도 멀쩡히 잘들만 산다. 왜? 다른 컴컴한 짓을 할 새가 없으니까!

김 갑 수(시인·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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