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에콰도르축구감독, 대표선발 시비 끝에 '피격'

  • 입력 2001년 5월 10일 10시 07분


에콰도르 축구대표팀 감독이 프로축구 구단주의 경호원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중상을 입는 사건이 에콰도르에서 발생했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에콰도르 대표팀을 이끌던 에르난 고메스 감독이 지난 8일밤(이하 현지시간) 과야킬 힐튼콜론호텔에서 2부리그 산타리타클럽의 호셀로 로드리게스 회장과 청소년대표 선발 문제로 말다툼하다 회장을 수행하던 한 경호원이 쏜총에 맞았다고 경찰이 발표했다.

목격자인 에콰도르축구협회 관계자는 "경호원이 권총을 꺼내들어 3발을 쐈는데 한 발은 허벅지에 박히고 한 발은 오른팔을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고메스 감독은 과야킬의 케네디병원에서 실탄 제거 수술을 받았으며 9일 오후얼굴에 붕대를 한 채 "거취를 포함해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대표팀과 에콰도르여 영원하라"는 짤막한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그의 동생 가브리엘은 라디오방송 `안테나 도스'와의 인터뷰에서 "형이 가능한 한 빨리 감독직을 버리고 콜롬비아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총격을 사주한 혐의로 구속된 로드리게스 회장은 고메스 감독에게 오는 7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대표선발에서 소속팀 선수이자 전 에콰도르 대통령의 아들인 달로 부카람(19)을 탈락시킨 데 대해 거칠게 항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로드리게스는 아브달라 부카람 전 대통령이 이끄는 롤도시스타당의 간부이다.

에콰도르에서 대표팀 감독이 테러를 당한 것은 올해에만 두번째인데, 역시 콜롬비아 출신인 후고 가예고 감독이 한달전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부카람을 대표에서 제외시켰다가 괴한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었다.

특히 가예고 전감독에 대한 테러는 과야킬에서 벌어졌고 전직 대통령 아들의 대표탈락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 대한 로드리게스 회장의 연루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지난 97년 무능과 부패 혐의로 국회의 탄핵을 받아 대통령직에서 쫓겨난직후 파나마에 망명한 부카람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총격은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축구나 사람이나 흥분하고 복수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엉뚱한 주장을 폈다.

[키토(에콰도르)=AP·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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