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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6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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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여러 사가(史家)들은 소련이 제풀에 무너진 게 아니라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국의 다방면에 걸친 ‘비밀공작’에 의해 붕괴했다고 증언한다. 스타워스 계획 역시 그런 공작의 하나였으며, 이미 과도한 국방예산으로 기울어져 가던 소련으로 하여금 미국과의 군비경쟁에 남은 자원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쥐어짜게 만든 ‘공갈탄’이었다는 것이다.
▷냉전시절 평화는 공포의 핵균형으로 유지됐다. 이른바 상호확증파괴(MAD) 전략, 즉 상대방이 선제 핵공격을 가해와도 2차 공격능력을 유지함으로써 상대방도 공멸시킬 수 있다는 가정에 기반한 평화였다. 1972년 미소간에 체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협정은 이러한 2차 공격능력을 서로에게 보장해주기 위한 장치였다. 즉 상대방의 핵능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언제라도 선제공격의 유혹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요격용 미사일 수를 서로 제한하자는 것이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최근 미사일방어(MD) 구상을 발표했다. 미국이 MD를 구축하면 미국과 대립적인 입장에 서 있는 모든 나라들의 핵능력은 상당 부분 ‘무력화’된다. 미국만이 ‘채찍’을 쥔 유일 초강대국,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레이건의 스타워스 계획과 부시의 MD는 여러 면에서 닮았다. 천문학적인 예산이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 등이 그렇다. 또 한 가지, MD 구상은 앞으로 언제 등장할지 모를 미국의 잠재 적국에 대한 ‘공갈탄’일지 모른다는 점에서도 스타워스 계획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송문홍논설위원>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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