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돗물도 마음놓고 못 마시나

  • 입력 2001년 5월 2일 23시 36분


수돗물도 마음놓고 못 마시나

정수장 또는 가정에 보내진 수돗물에 무균성 뇌수막염과 간염 결막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포함됐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그동안 수돗물에서 이런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학계의 주장을 일축해왔던 정부가 일부 중소규모 정수장 및 그곳에서 급수된 가정의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함으로써 수돗물의 안전도 논란은 물론 수돗물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은 다시 증폭되게 됐다.

정부의 어제 발표에 따르면 하루 10만t 미만의 수돗물을 생산하는 지방의 중소규모 정수장 31개소 중 9개소의 상수원수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9개소 중 7개 정수장 또는 가정급수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정부는 수돗물 바이러스 논란이 일자 1997년부터 조사에 착수했는데 수도권 등의 대규모 정수장 24개소의 수돗물은 안전하다고 강조해 왔다.

과연 서울시의 수돗물은 안전한지 의문이다. 서울대 김상종(金相鍾) 교수팀은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팔당 잠실 등 상수원을 조사한 결과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며 일반 가정 수돗물에서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밝혀 이를 부인하는 서울시와 송사를 벌이기도 했다.

아무튼 정부의 발표를 역으로 보면 일부 지역의 시민은 오랫동안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수돗물을 마셨다는 얘기다. 정부가 좀더 일찍부터 학계의 주장을 귀담아 들었다면 문제가 된 정수장 지역 시민은 안전한 물을 마시거나 최소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처음으로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 사실을 확인한 것은 아직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500여 소규모 정수장 지역 시민들에게는 경각심을 준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문제를 제기해온 학계 의견을 묵살한 정부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아직도 정부는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은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상수원수 정수 가정급수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곳에 소독을 잘하고, 전문인력을 투입해 정수장 운영을 개선하고, 낡은 수도관을 바꾼 뒤 다시 검사했더니 바이러스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너무 안이한 설명이다. 정부는 수돗물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뒤늦게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은 모양이다. 수돗물은 우리의 생명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 아래 더욱 철저히 물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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