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독트린' 원칙 있어야▼
미국은 지금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남북한 문제에 깊이 개입돼 있고 중국과 대만의 대결국면을 두고볼 수 없게 됐으며 중국과도 여러 현안을 풀어야 한다. 한국과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의 여러 우방국은 아직도 미국과 맺고 있는 안보협력 관계를 계속 믿고 의지해도 좋은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은 중국과 일본과의 무역에서 총 165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으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에서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한국 일본 등 외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감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만족스럽지 않은 회담을 갖는 등 아시아와의 관계에서 출발이 좋지 못했다. 앞으로 아시아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부시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원칙의 독트린을 선언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전략의 명확성이다. 부시 독트린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국익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정의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아시아 국가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미국 국민과 의회가 미국의 국익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부시 행정부를 지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부모들이 군인으로 복무하는 자신의 아들 딸을 왜 외국에 보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미국이 분명한 전략적 목표를 정하면 한국과 다른 아시아 우방국도 미국을 신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는 전술의 포괄성이다. 미국은 유연한 태도를 갖고 적절한 시간과 장소, 방식을 선택해 다양한 도전에 대응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부시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 또는 대응수단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방식 가운데 어떤 것이 될 것인지는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는 문제이다.
셋째는 상호 호혜의 원칙이다. 미국은 특히 중국에 대해 봉쇄정책과 유화정책 중 어떤 정책을 구사할지를 놓고 신중하게 검토해 왔다. 상호호혜의 원칙은 이 두 가지 정책을 현실적으로 혼합시킨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에 시장을 개방하면서 아시아도 상호 호혜의 원칙에 따라 자국 시장을 열어주기를 기대했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아시아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추구하지 않으면서 중국도 똑같이 행동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는 군사적 도발을 저지한다는 굳은 의지다.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훈련을 받아 적절한 위치에 배치된 적절한 규모의 군사력이 있어야 한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아시아 주둔 미군의 적절한 규모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군사력이 필수적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독자행동 그만 우방과 협의를▼
다섯째는 우방과의 진지한 협의다. 미국은 냉전기간과 그 이후에도 한 동안 우방국의 동참을 설득하거나 협의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1994년 북한과 제네바협정을 이끌어낼 때 한국을 배제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대통령이 91년 걸프전을 감행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우방국과의 협의를 중시해야 할 것이다.
이 다섯 가지 중 ‘전략적 명확성’이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리처드 닉슨부터 빌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부시의 전임 대통령들이 대부분 ‘전략적 모호성’을 표방했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근 아시아의 강대국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모호성은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은 때때로 미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 무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의 오판은 전략적 명확성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역사가 증명하듯 오판은 전쟁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리처드 핼로란(자유기고가·아시아 안보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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