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TV 권력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31분


‘TV권력’이라는 말이 있다. TV가 현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고 넓어 이제는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잡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이 알건 모르건 TV에 길들여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틈만 나면 텔레비전을 부둥켜안고 지낸다. 이들은 집에 오면 습관적으로 TV리모컨을 찾는다. 거의 중독(中毒)증세다. 어른이건 어린이건 마찬가지다.

▷이 권력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빼앗아가는 ‘폭군’이다. 명상, 독서, 운동, 대화시간을 뺏는다. 여기에 더해 날로 도를 더해 가는 프로그램의 선정성 폭력성은 시청자들의 심성마저 거칠게 한다. 방송사들의 시청률경쟁은 이를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는 여러 차례 이 같은 선정적인 프로그램을 추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프로그램개편때는 오히려 교양프로가 오락프로에 밀려나고 있다. 며칠 전에도 문화관광부장관이 KBS MBC SBS 등 3개 방송사사장을 만나 협조를 부탁했다지만 결과는 두고볼 일이다.

▷이 같은 TV의 해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예 집안에서 TV를 치워버리는 가정이 생겨나고 있다. ‘TV끄는 날’을 정해 실천하는 곳도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4월말 일주일동안 ‘TV안보기 캠페인’이 펼쳐진다. 95년 시작된 이 행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됐다. 올해는 특히 TV가 운동부족의 주범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그래서 날로 심각해지는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TV를 끄자는 구호가 많은 가정의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통계청의 ‘2000년 문화·여가부문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TV 보는 시간은 갈수록 늘어나고 대신 독서량은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인의 주간 평균 TV시청시간은 23.7시간으로 96년(21.4시간)보다 2.3시간이나 늘었다. 평균독서량은 13.2권으로 그때보다 3권 정도 줄었다. 읽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 세상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닐까. ‘TV리모컨을 던져버리자’는 ‘반TV운동가’들의 말이 그렇듯하게 들린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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