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우주복입고 처음 태양 아래 선 어린이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34분


카디힉스군이 어머니(왼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주복을 입고 있다
카디힉스군이 어머니(왼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주복을 입고 있다
‘난생 처음 이글거리는 미국 서부 5월의 태양 아래 서보는 기쁨.’

미 항공우주국(NASA)이 텍사스주 매그놀리아에 사는 8세 소년 카디 힉스에게 최근 베푼 자그마한 행복이다. 힉스는 태어나면서부터 인체의 과열 방지 기능을 하는 땀 분비선 기능이 결핍돼 있었다. ‘외배엽성 발한감소장애(HED)’라는 선천적인 질병에 걸린 것. 이 때문에 대낮에 햇볕을 받으며 외출하거나 뛰어 놀 경우 곧바로 열사병이나 일사병에 걸렸다.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도 받았다.

힉스는 지금까지 늘 낮에는 커튼이 쳐진 방에서만 지내다가 밤에만 외출하곤 했다. 친구 없이 외톨이로 지내는 것이 가장 두렵고 슬픈 일이었다.

힉스의 소식을 들은 NASA는 우주인들이 입는 2만달러(약 2600만원) 짜리 우주복을 최근 만들어주었다. 이 옷은 냉장 기능이 있어 달에 착륙한 아폴로 우주선의 비행사들이 펄펄 끓는 고온의 달 표면 위를 무사히 걸어다닐 수 있었다. 힉스는 지난달 23일 이 옷을 입고 난생 처음 아무 걱정 없이 낮에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했다.

미국 HED재단의 창설자인 사라 무디는 “힉스 같은 ‘밤의 어린이’들이 최근 7년간 1만7000명이나 보고됐다”며 “진보된 과학이 이같은 선천성 질병에 걸린 어린이들을 구해내는 작업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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