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소극적 안락사 허용해야" 현직판사가 필요성 주장

  • 입력 2001년 4월 29일 18시 57분


대한의사협회가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의사 윤리지침 제정을 강행키로 해 찬반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현직판사가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구지법 박영호(朴永浩) 판사는 13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소극적 안락사의 허용여부에 대한 소고’라는 논문을 통해 “인간은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끝낼 권리가 있는 만큼 소극적 안락사는 어느 시점에 가서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판사는 “소극적 안락사는 생명을 유지할 정상적인 조치를 강구하지 않거나 현재 시행 중인 생명유지 조치를 중단해 목숨을 잃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뒤 “우리나라도 가망 없는 환자에 대해 가족들이 퇴원을 요청하면 병원이 이를 허락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소극적 안락사가 시행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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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극적 안락사허용 논란

박 판사는 이어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본인의 간곡한 부탁에 따라 일정한 요건하에 이뤄지는 소극적 안락사는 세계 각국이 전반적으로 인정하는 추세이고 적극적 안락사 역시 인정하는 쪽으로 입법이나 판례가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판사는 “만일 소극적, 적극적 안락사가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인정될 경우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환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그러한 생명들을 안락사라는 미명하에 살인할 수단을 마련해 줄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므로 입법이나 윤리지침보다는 법원 판례를 통해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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