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외뿔

  • 입력 2001년 4월 27일 19시 16분


◇외뿔/이외수 지음/240쪽, 8000원/해냄출판사

이외수가 우화상자(寓畵箱子) 하나를 들고 나왔다. 욕망과 허영에 눈 먼 현대인들에게 선사하는 이 우화상자 속에는 알쏭달쏭한 선문답과 재치있는 말이 가득하다.

“미풍양속(美風良俗)을 미국풍양속(美國風洋俗)으로 아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쾌락에 눈이 멀어 자진해서 정조를 내던지는 마당에 장인(匠人)들이여, 아름다운 은장도는 만들어 어디에 쓰랴.”

“인간계에는 이상한 생태를 가진 오리들이 살고 있다. 정확한 학명은 탐관오리. 탐관 오리들은 자신의 손이 깨끗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자신의 발을 내미는 습관이 있다. 그 때 내미는 발이 바로 오리발이다.”

작가는 특유의 유머 감각과 통찰력으로 현대 사회의 도덕적 타락에 문제를 제기하고 사람들에게 각성을 촉구한다.

이 책이 돋보이는 것은 작가의 그림 솜씨도 한가지 이유다. 동화적 이미지를 간결한 선으로 재밌게 그려놓았다. 그는 책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기도 했는데 설명이 더 재미있다. ‘이외수는 거렁뱅이의 외모를 방불케 하는 패션모드로 살아가는 소설가’라고 스스로를 표현한 것. 이 책은 무엇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풍자를 만날 수 있어 신선하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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