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고객예탁금 증가, 과연 상승추세 신호?

  • 입력 2001년 4월 26일 18시 48분


개인의 주식매입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이 일주일째 꾸준히 증가, 상승장에 대한 기대를 엿보게 한다.

증권업협회는 고객예탁금이 25일 기준으로 365억원 늘어난 8조7880억원을 기록, 지난 2월24일의 8조 8460억원을 기록한 이후 두달만에 8조7000억원대를 회복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지난 1월18일의 연중최고치인 9조927억원에 비해 3000억원 정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시장에너지의 척도로 인식되는 고객예탁금이 계속 늘어나자,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 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2차랠리(단기간 상승)’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에도 귀기울여봄 직하다.

예탁금의 증가세는 개인의 주식 순매도 대금이 늘어난데다 12월 결산법인들의 배당액 입금이 겹친 것이어서 순수하게 증가한 금액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개미군단’이 지난 17일 이후 오늘까지 거래소(24일 제외)와 코스닥시장에서 연일 팔자주문을 쏟아낸 것은 예탁금의 증가로 상승장을 점치기가 때이름을 보여준다.

이 기간 개인은 거래소 7712억원을 포함 모두 1조원 가까이 현물 주식을 내던지고 증권사 계좌에 현금을 입금시켰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 때문에 새로운 자금유입이 없는 한, 코스닥이나 거래소시장 모두 게걸음 장세를 당분간 계속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하기도 했다.

예탁금의 증가속에 코스닥 거래량이 크게 증가한 것도 눈길을 끄는 현상이다. 지난 23일 이후부터 이날까지 코스닥 거래량이 거래소를 추월했다. 이를 두고 개인들이 다시 코스닥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관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증시관계자들은 “신규 투자자를 포함한 개인간에 기존에 물렸던 투자자금을 놓고 치고받는 분위기”라고 설명한다. 이른바 ‘테마주’가 빠른 순환매로 바뀌는 현상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26일) 점심무렵 바이오관련주가 일제히 상한가로 치솟고, 오후 2시께는 코스닥의 대장주인 장미디어가 갑자기 사자주문이 폭주하면서 상한가로 뛰었다가 다시 내려앉았던 것은 이같은 현상을 웅변해준다.

굿모닝증권 이상호 애널리스트는 “향후 장세가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한정된 자금이 일시적으로 거래소에서 코스닥으로,다시 코스닥에서도 이 주식 저 주식으로 옮겨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개인투자가들이 핵심 블루칩 중심으로 종목을 교체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한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한종목만 잘 잡으면 꽤 높은 수익률을 낸다는 점이 빠른 순환매를 유발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시장전체로는 경기바닥론이 고개를 들면서 '주가 500포인트=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횡보장세속에서 단타매매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진호<동아닷컴 기자>j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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