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에 바란다]"화장장 건설 논란 대안제시도 했어야"

  • 입력 2001년 4월 26일 18시 43분


《동아일보 ‘서울 및 수도권 독자위원회’가 25일 오후 3시 본사 19층 회의실에서 첫 모임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첫 모임에는 본사가 위촉한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독자위원 10명이 전원 참석했으며 본사에서는 김학준 사장(발행인), 최규철 편집국장, 권순택 오피니언팀장이 참석했다. 독자위원들의 활발한 토론으로 모임은 2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처음 열린 회의여서 독자위원들은 동아일보의 정체성 문제, 기자 전문화, 편집의 시각화 등 총론적인 문제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고 생활에 밀착된 기사 발굴 등 구체적인 사항도 주문했다.》

25일 오후 서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서울 및 수도권 독자위원회 첫 회의 모습

▽김학준사장 인사말〓독자위원을 수락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동아일보는 새로운 세기의 시작과 함께 창간 81주년을 맞은 ‘어른 신문’답게 새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자기 쇄신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독자 위에 군림하는 신문이 아니라 독자에게 찾아가 독자가 무엇을 바라는지를 듣고 보고 아는 신문으로 거듭나려고 합니다. 독자를 위한 신문을 만들 것입니다. ‘소비자는 왕’이란 말처럼 독자를 왕으로 모시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독자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동아일보에 대한 좋은 의견을 말씀해 주시고, 부족한 점을 지적하시고 좋은 제언을 해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김대식위원〓저는 신문을 보면서 행간에서 신문사의 내공을 읽습니다. 인터넷 시대에 신문은 다양한 미디어의 한가지이지만 중요한 것은 개인으로 치면 양식이고 신문으로는 전문성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동아일보의 내공이 과거에 비해 조금 약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동아일보 기사에서 양비론적 기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해 이 쪽도 저 쪽도 모두 잘못됐다고 하면 독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이 인과관계를 끝까지 밝혀서 명확한 입장을 보여줘야지 양비론은 좌절과 환멸만 길러줍니다.

▽정주식위원〓직업상 법조 관련 기사를 많이 보는 편인데 동아일보 법조 기사는 다른 신문 기사들과 차별이 될 정도로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법조 관련 기사는 흥분해서 작성하기 쉬운데 동아일보는 흥분하지 않고 팩트에 치중하는 편이어서 마음에 듭니다.

다른 얘기지만 언론에 대해 불만을 가진 계층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언론이 비판과 견제를 받지 않고 자만에 빠져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언론은 좀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진아위원〓동아일보는 어느 신문보다 강력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감정적인 목소리가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 체제 등장과 관련해 동북아 지역에 돌풍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는데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별 것 아니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최근 A1면 기사에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분석을 침착하게 하면서 독자들을 안심시키면 독자들이 신문 보도를 더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김용훈위원〓벤처기업을 운영하는데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하다보면 고객 10명의 칭찬보다 1명의 불만이 훨씬 무섭다는 것을 느낍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가 요식적인 위원회로 그치지 않고 중요한 힘을 갖는 위원회로 운영됐으면 합니다. 여기서 나온 얘기들이 지면 제작에 많이 반영되기를 바랍니다. 정보통신 관련 지면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다면 수준을 좀더 높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정신위원〓신문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책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책의 향기’에 소개되는 책들이 다른 신문의 출판면에 나오는 것과 겹치는 것이 많더군요. 신간을 소개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과거에 나온 책 중에도 소개할 것이 있다고 봅니다.

18일자부터 매주 수요일 메트로면에 새로 시작한 ‘주부 E&B클럽’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민 못가는 사람을 위한 기사, 가족과 헤어지면서까지 교육이민을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기사로 다뤘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이슈가 된 화장장 문제는 무조건 님비현상으로 몰아가지 말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밖에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사람 냄새가 나는 기사를 많이 다뤘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매주 금요일자의 ‘인물포커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진아위원〓주부 독자들은 생각보다 접하는 정보가 많습니다. 특히 생활 주변에 대한 감각이 있습니다. 의학에 관해서만 하더라도 수지침에서 레이저 광선 치료까지 꿰뚫고 있는 주부들이 많습니다. 권위 있는 의료기관만 다루지 말고 생활건강 중심으로 다양하게 다뤘으면 좋겠습니다. 전문적인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루면 독자들은 거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주부 독자들을 위해 편집에 매거진 개념을 도입하고 시각적인 편집에 투자를 더 해야 합니다.

▽윤혜신위원〓기자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문성을 가져야 합니다. 독자보다 한 단계 위에서 사회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자들은 사건을 있는 그대로 읽기를 원하지 않고 해석해 주기를 원하거든요.

예를 들어 방학캠프 프로그램을 소개할 때도 단순히 나열하지 말고 왜 해야 하는지를 다뤄주면 좋겠습니다. 이민 유학 기사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제시해줬으면 합니다.

▽김한아위원〓독자들은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 신문을 본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의 느낌으로는 쉽게 풀어주는 기사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사건 일지는 물론이고 사건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도 잘 소개해 주길 바랍니다.

▽최준혁위원〓IMF사태 이후 직장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제너럴리스트보다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원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문의 기사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경제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변화를 지면에 많이 반영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영신위원〓사회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다 아는데 누구도 대안을 제시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는 독자들도 많은데 동아일보 인터넷판인 동아닷컴은 편집과 디자인을 독자들이 이용하기 쉽게 좀더 보완해야 할 것 같더군요.

▽조형오위원〓동아일보의 정체성이 다소 모호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논조도 자주 바뀝니다. 과거의 강력했던 이미지인 정론지 또는 민주신문이라는 정체성을 대체할 새로운 차원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김용훈위원〓독자들은 아침에 신문을 받아볼 때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동아일보는 어떻게 해석했을까 궁금해서 신문을 봅니다. 동아일보 다운 독특한 해석이 요구되는 것이지요.

경제섹션에 연재하고 있는 ‘세이노의 부자아빠’는 재미있는 연재물이었는데 다소 재미가 떨어지고 있어 대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진아위원〓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잘 살려줬으면 좋겠습니다. 30대는 세계를 하나로 보는 세대이기 때문에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정치 기사가 뛰어납니다. 공정하면서도 깊이 있는 분석이 돋보입니다. 문제는 중앙 정치에 너무 치중돼 있다는 점입니다. 정계의 동향보다 정책의 변화가 시민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뤘으면 좋겠어요.

▽김한아위원〓독자위원회가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힘써 주세요. 신문도 어떻게 하면 독자와 가까워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IMF사태 때 동아일보 기자가 노숙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체험한 것을 보도한 적이 있는데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들의 얘기를 하고 있다고 느낄 때 독자는 신문을 계속 보게 됩니다.

▽최규철 편집국장 답변〓고맙습니다. 기자 재교육, 필자 개발, 편집아트팀 보강, 사회현상에 대해 동아일보다운 해석을 해달라는 지적들을 명심하겠습니다. 독자들이 세상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지면을 제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떻게 정치를 실제생활과 연결시켜 풀이해 나가느냐는 좋은 숙제로 삼겠습니다.

독자위원 여러분을 보니 열 분의 분야별 대기자를 모신 느낌입니다. 여러분이 보고 듣고 조언해 주시는 것들이 지면에 반영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이호갑·정위용기자>gdt@donga.com

▼독자위원 명단▼

김한아(26·여) 연세대 대학원생(경제학)

최준혁(28·남)LG 홍보팀 사원

박영신(28·여)인천고 사회과 교사

김용훈(31·남)벤처회사 상무

윤혜신(36·여)주부 동화작가, 경기 일산신도시

조형오(39·남)동국대 광고학과 교수

김대식(43·남)성균관대 의대 교수

이진아(45·여)주부 환경운동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정주식(48·남)변호사, 참여연대 감사

한정신(59·여)주부 소설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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