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직기자의 식탐클럽]잠원동 '숯불집캔'

  • 입력 2001년 4월 20일 18시 47분


《영화 ‘친구’를 열심히 본 탓일까. 왠지 한 20년 전쯤 친구들과 맛있게 나눠먹던 ‘도시락’이 그리워진다. 계란프라이 하나도 정말 맛있게 ‘갈라’ 먹었는데….

평소에는 ‘사이먼&가펑클’의 ‘Sound of silence’ 같은 올드 팝이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이따금 중창단이 와 ‘오 솔레미오’를 들려주는 음식점. 고깃집 같지 않게 ‘낭만적인 사랑고백’이라도 어울릴 것 같은 곳. 라이브공연과 ‘복고음식’이 유명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숯불집캔(02―3442―4240)’이다.》

복고풍 인테리어로 치장하기 좋아하는 서울 인사동 음식점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하드웨어는 ‘복고’지만 콘텐츠는 ‘첨단’이기 때문. 테이블 밑에 놓여있는 허름한 ‘캔(드럼통)’도 유심히 보면 안에 황토가 있어 몸에 좋은 적외선이 방출되며 특수흡입관이 옆에 붙어 있어 고기냄새를 전부 아래로 빨아들인다.

노란색 양은도시락에 눌러 담은 ‘도시락밥’이 공기밥 대신 나온다. 옛날에 많이 보던 노란색 단무지 4개를 올려놨다. 밥 밑에는 따끈한 계란프라이를 깔아 30대 중후반 회사원들에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준다. 막걸리통도 노란색 양은주전자를 사용했고 벽면에 붙어있는 80년대 레코드재킷도 분위기를 살려준다. 1500원에 판매하는 ‘소주 반병’은 요즘 다른 곳에서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메뉴.

참깨 사과 머스터드 마늘소스 등 고기에 찍어 먹는 네 가지 별미 소스는 내재돼 있는 식탐(食貪)에 본격적으로 발동을 건다. 상추 한 포기에 계란 지단, 버섯 1토막씩을 넣은 ‘상추 쌈밥’에 소스에 찍은 고기 한점 씩만 올려 먹으면 군침이 쉴새없이 입에 고인다.

입가심으로 먹는 평양식 ‘김치말이국수’는 말 그대로 한입거리다. 다진 두부와 무김치를 양념으로 해 속이 확 뚫리는 듯한 담백한 맛을 선사한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뚝배기 계란찜에 자꾸 손이 가다 보면 금방 바닥이 드러난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얼마든 달라는 대로 더 주기 때문이다.

2, 3명이 모둠돼지고기 상추쌈밥 김치말이국수 도시락밥을 시켜먹으면 2만8000원. 라이브공연은 화 금 토요일 오후 7시30분부터다. 생일을 맞은 사람에게는 생일축하 노래를 ‘라이브’로 불러준다. 일요일은 쉬고 주차는 무료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