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계대란은 기우였나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50분


올해 ‘회계 대란(大亂)’은 성공작인가?

일단 시작은 ‘그렇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기업의 순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등 깐깐한 회계감사로 그동안 부풀려졌던 기업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난 것. 이에 따라 적자나 자본 잠식 상태로 드러난 기업이 상당수 나왔으며 이같은 엄격한 회계 감사는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내실을 키우는 데는 ‘보약’이 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의 비율은 예년보다 늘어났다.

반면 기업신용평가는 아직까지 별다른 개선 조짐이 없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래기업가치를 나타내는 기업신용평가는 과거 실적을 표시하는 회계와 함께 ‘기업신용시스템’의 양대 기둥 역할을 한다.

▽적정 의견 89.2%〓금융감독원이 17일 발표한 ‘2000년 12월 결산 외부 감사 대상 법인의 감사의견’현황에 따르면 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은 전체 6548개 대상 기업 중 89.2%인 5844개로 나타났다. 이는 99년 회계 연도 적정 의견 비율 87.9%(5748개)보다 다소 높아진 것. 회계사가 재무제표의 일부분의 사실 여부를 확신할 수 없거나 자료 제출 미비 등으로 ‘한정’의견을 받은 기업은 476개(7.3%)였으며 부적정과 의견거절은 각각 66개(1%), 162개(2.5%)였다.

금감원 최진영 회계제도 실장은 “회계감사가 엄격해졌지만 적정 의견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이유는 기업들이 한정, 부적정을 받느니 감사인의 지적 사항을 수용해서 단기 손실에 반영하고 적정 의견을 받자는 생각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폭 줄어든 순이익〓증권거래소가 최근 발표한 ‘2000년 12월 결산법인 영업실적’에 따르면 거래소 및 코스닥 법인의 영업 실적은 99년에 비해 매우 악화됐다.

이처럼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진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경기 둔화와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 등의 영향도 있지만 깐깐해진 회계감사로 잠재 부실이 많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자본 전액 잠식으로 드러난 기업은 최근 문제가 된 현대건설 등 49개사였으며 아예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도 태일정밀 뉴맥스 동아건설산업 등 4개사나 됐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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