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남승희/초등女교사 증가는 세계적 추세

  • 입력 2001년 4월 15일 18시 41분


《초등학교 교단의 여성화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남경희 서울교대 교수 기고(9일자 여론마당)와 관련해 반론이 제기됐다. 토론의 활성화를 위해 이 글을 싣는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여교사 비율은 66%나 되며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서는 70%를 넘는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남경희 교수의 기고는 적절한 시각이 아닌 듯하다. 딸이 많아서 문제라며 아들을 얻기 위해 애쓰는 부모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특히 여교사의 출산 육아에서 오는 문제가 학교 운영에 지장을 준다는 지적은 매우 우려되는 시각이다. 교육대의 성비 제한은 성차별이라는 여성단체의 지적을 일방적 주장이라고 인식하는 것도 문제다.

초등학교 여교사가 전체 교사의 반을 넘은 것은 1990년부터다. 일반적으로 교사의 성비가 50 대 50이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성비 불균형 현상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다. 초등학교 여교사 비율은 교육대의 여학생 비율과 직결된다. 1965년 교육대의 여학생 비율은 42.1%였으나 1980년 81.9%, 1990년 64.4%, 1995년 74.7%, 2000년 71.9%로 심한 굴곡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1985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어느 한 성의 비율이 60∼75% 이상을 점할 수 없다’고 한 신입생 모집 요강 때문이다.

이런 여학생 입학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여교사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교원 수급상황 때문이다. 2000년 현재 신규채용 인력의 여성 비율은 81.9%나 된다. 반면에 퇴직률은 남교사가 높다. 1980년 이후 남교사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여교사 비율은 세계 20개 주요국가들 중 16위로 낮다. 대부분 국가의 여교사 비율은 70∼80% 선이며 이탈리아의 경우 1995년에 94%를 넘어섰다.

여교사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한국여성개발원에 의뢰한 연구조사 결과 교사, 학교행정가, 학부모의 60.7%가 ‘교직이 타 직종에 비해 성차별이 적고 신분이 안정된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교사의 38.7%, 행정가의 43.3%, 학부모의 10.6%는 ‘교직의 사회 경제적 지위 때문에 남성들이 기피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들을 보더라도 여교사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학교 업무 분장시 성별을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해결책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학교는 ‘남’ 또는 ‘여’교사가 아니라 ‘교사’가 필요한 것이다. 교사 충원제도의 유연화, 학교 행정가의 의식 변화, 교원의 지도력 증진과 근무 여건 개선, 그리고 학교 운영의 성별 분업 관행 개선이 중요하다.

특히 교육대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한 만큼 우수한 교사로 양성하는 것은 교육대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교사 재교육기관으로서의 책임도 맡아야 한다. 유능한 교사 양성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이다.

남승희(교육인적자원부 여성교육정책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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