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현장]"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규탄"…초등생 2500여명 걷기대회

  • 입력 2001년 4월 10일 14시 39분


"거짓말은 싫어요. 바른 역사 공부해요. 그렇지 않으면 일본 학생들은 거짓말쟁이가 될거에요."

"일본제품 안살거에요. 그리고 재미있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일본 만화·영화도 보지 않을래요."

서울 은평구 불광초등학교 전교생 2500여명이 10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규탄하며 도보행진을 벌였다. 1~3학년생은 4.5km, 4~6학년생은 7km에 달하는 거리행진을 벌인 것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 학교를 출발해 연신내역,기자촌을 지나 통일로 앞까지 갔다가 12시경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참가인원은 전교생과 지역주민을 포함해 3000여명. 이들은 부쩍 더워진 날씨 때문에 힘들었지만 '일본의 잘못'을 지역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뿌듯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들이 학교를 출발한 때는 이날 오전 10시.

<사진을 클릭하면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9시 30분경 이미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전교생과 지역주민들이 열을 맞춰 운동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출발에 앞서 이 학교 신원영 교장(50)은 "우리 학생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면서 "어서 훌륭하게 자라서 일본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어 전교회장 이혜림양(12)은 성명서 낭독을 통해 "일본은 청소년들에게 부끄러운 역사의 잘못을 사죄하도록 가르쳐 세계평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서 낭독이 끝나자 학생들은 '대한민국만세'를 3번 외치고 드디어 6학년 학생들부터 교문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불광동 거리를 지나며 "일본은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나눠주는 등 열심이었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한 손에는 "일본은 왜곡된 교과서를 즉각 시정하라" "일본 상품 안산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직접 그린 태극기를 들고 힘차게 행진했다.

특히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서로 자신들을 찍어달라며 떼를 쓰는 등 '장난꾸러기' 아이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아이들이 불광역에서 연신내역을 지나 기자촌 입구에 도착한 때는 11시경.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때문에 처음에는 즐겁게 걷던 아이들도 점점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아이구 힘들어" "너무 더워요" "일본사람들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야"

제각기 한마디씩 불만을 터뜨리고 급기야 자리에 주저앉은 학생도 있었다.

힘들어하기는 학생 아닌 어른도 마찬가지. 이날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온 '녹색어머니회' 회원들도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사진을 찍는 기자들 때문에 학생들의 행보가 지연되자 짜증을 내는 학부모들의 모습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인솔교사들의 독려로 모든 학생들은 무사히 행진을 마치고 12시경 출발지인 학교로 돌아왔다. 다들 힘들어 했지만 자신들이 대회를 무사히 마쳤다는 것에 뿌듯해하는 모습이었다.

도착한 학생들은 반별로 걷기대회에 관한 소감을 발표하는 간단한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김순희(37·녹색어머니회 학부모)씨는 "아침부터 아이들이 걷느라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왜곡된 일본교과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걷기대회에 앞서 전교회장 이혜림양은 그동안 학생들이 벌여온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반대'서명운동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받아낸 서명지는 총 3만6005장.

서명결과 발표를 듣던 장준형(12·불광초6)군은 "가족들과 동네 아저씨·아줌마들 다 합쳐 모두 20여명한테 서명을 받았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대회를 마친 후 신 교장은 "지난 며칠동안 학급별로 일본 교과서 문제와 관련한 특별수업을 가졌다"며 "이후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문부과학성에 항의편지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걷기대회는 어린아이들의 건전한 시위행진이란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2500여명이 거리로 나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또 학생들이 인도가 아닌 차도 일부까지 점유하자 지나가던 차들도 잠시 혼란을 겪었다.

이영복(32·은평구 불광동)씨는 "학생들의 뜻은 좋지만 고학년 학생들만 시위를 하던가 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야하지 않겠느냐"며 "1·2학년 어린 학생들이 무엇을 알고 시위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이희정·최건일/동아닷컴 기자 hui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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