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메모]춘3월에 황금들판을 찾아…

  • 입력 2001년 4월 9일 18시 36분


‘황금빛 가을을 찾아라.’

촬영장소 헌팅은 전기밥솥 쿠쿠의 제작을 맡은 Lee&DDB 제작진에게 떨어진 지상명령 1호였다. 새싹도 트기 전인 초봄(3월)에 국내에서 벼이삭이 주렁주렁 매달린 촬영장소를 찾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제작진은 우선 1년중 3∼4모작이 가능한 동남아를 물색했다.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의 현지 코디네이터들을 2주간 총동원해 기껏 찾아놓은 촬영지는 그러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야자수나 물소 같은 ‘이국적’ 풍물과 열대지방답게 파란 새싹과 이삭이 함께 있는 논이 분위기를 망쳐놓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제작진 한명이 ‘호주에서도 벼농사를 짓는다’는 얘기를 꺼냈다. 마침 남반구에 있는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 지평선까지 펼쳐진 농장이 수두룩하다고 하니 널다란 황금들판을 마음껏 찍을 수 있는 기회였다.

부푼 마음을 감싸안고 도착한 호주의 그린피스 지방. 논 여기저기에 허수아비를 꽂아놓고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비행기로 씨를 뿌려 벼를 키우는 호주의 농장은 논이 아니라 잡초밭 비슷한 분위기였다. 듬성듬성 자라난 벼포기들은 갈대나 억새 같은 느낌을 줬다.

제작진은 하는 수 없이 촬영지의 벼를 모두 뽑아 다시 심어야 했다. 스텝들은 아픈 허리를 펴며 ‘광고 찍으러 와서 농활하네’며 우리개 소리를 했다. 제작진은 예정에 없던 중노동을 하루종일 하고서야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참새가 등장하는 장면은 국내에서 따로 촬영했다. 엑스트라인 참새들은 강원도에서 비행기로 실어온 ‘귀하신 몸’들. 허수아비의 어깨에 앉는 장면을 찍을 때는 수십번 NG를 냈다. 궁여지책 끝에 참새가 멀리 날지 못하게 발목을 실로 묶고서야 OK가 났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피로와 조명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 때문에 여러 ‘배우’가 순직한 후였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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