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중국시인총서 1~12

  • 입력 2001년 4월 6일 18시 57분


◇중국시인총서 1∼12/맹호연 왕유 이백 두보 백거이 등의 시선집/각 100쪽 내외 5000원/민미디어

‘어찌하여 푸른 산에 사느냐고 묻지만/웃으며 답하지 않아도 마음 절로 한가롭다/복사꽃 물따라 아득히 흘러가고/별천지 이 곳은 인간세상이 아니라오’(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

한문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원문으로 읽으면 더욱 좋을 멋진 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쉽지만 번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책들은 한시에 익숙치 못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된 시리즈다.

맹호연 왕유 이백 두보 백거이 유종원 등 당대(唐代) 주요 시인들의 대표작들을 수록했다. 원문과 우리말 번역문, 각주 뿐 아니라 편역자의 감상도 함께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시리즈는 당대, 당대 이전, 당대 이후로 나누어 각 12권씩 총 36권으로 기획됐다. 그 중 당대시인총서 12권이 이번에 나온 것이다.

권당 100여쪽 내외의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여기서 전해 주는 한시의 매력은 만만치 않다. ‘거울 속 꽃과 같고 물 속 달과 같다(경중화 수중월·鏡中花 水中月)’는 당나라 시의 흥취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시인들에 대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기쁨도 빼놓을 수 없다. 정치 풍자와 사회 비판의 시인으로 알려져 온 백거이의 시 한 편.

‘꽃은 꽃이 아니고/안개는 안개가 아니로다/깊은 밤 찾아와/날이 밝아 떠나간다/찾아올 땐 봄날 꿈처럼 잠깐이건만/떠나갈 땐 아침 구름처럼 흔적도 없다’(‘화비화·花非花’)

이 시에서 드러나듯 백거이는 정치 풍자와 사회 비판에 그치지 않고 인간 내면의 감정을 절절하게 담아낸 서정시도 남겼다. 편역자의 말처럼 ‘폐부에 스며드는 곡진한 정감의 술회’다.

당나라 시는 대개 사랑과 이별 생로병사의 아픔 등 인류의 보편적 정서를 노래했다. 그러나 개개의 시인들은 그 시대를 대표했던 지식인들로, 역사의 전위에서 시대와 호흡하고 또 그로 인해 고뇌했던 양심들이었다. 그 와중에도 그들은 사랑과 낭만을 노래한 아름다운 시편들을 남겼다. 시를 통해 그들의 삶을 엿보는 것도 이 시리즈를 읽는 매력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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