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론위협 국제사회가 지탄'

  • 입력 2001년 4월 5일 19시 11분


정부의 신문고시(告示) 제정 움직임이 집요하다. 정부는 엊그제 공정거래위원회가 보충자료를 첨부해 규제개혁위원회 경제1분과위에 다시 제출한 신문고시안이 민간위원들의 제동으로 거듭 보류되자 11일 다시 분과위를 열어 재심의한 뒤 13일 규제개혁위 전체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정부관계자는 분과위 회의와 관련해 “부분적으로 이견이 있었으나 신문고시의 필요성에는 인식을 같이했다”며 고시제정을 기정사실처럼 밀어붙이는 태도였다.

우리는 신문의 판매 광고시장에 강도 높은 규제의 칼을 들이대는 신문고시를 이처럼 서둘러 제정하려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 문제의 논의와 결정 과정에서 합리적인 토론이 실종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규개위의 한 민간위원은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어 거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규개위는 민간위원들에게 개인의견을 외부에 꺼내지 못하도록 ‘주문’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의 신문고시제정작업은 정해진 밑그림에 따라 무리하게 꿰맞춰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규제가 충분한 마당에 이처럼 고시에 집착하는 정부의 속셈이 궁금하기만 하다.

이 같은 행태로 미루어 우리는 세무조사 공정위조사 등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정부의 언론관련 행정에 대해 순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언론사라고 세무조사나 공정위조사에서 예외가 될 수 없고 조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관련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유례 없이 많은 인력을 동원해 두달 넘게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누가 봐도 지나치다. 언론사에 대한 조사가 지금처럼 일시적 집중적으로 강도 높게 진행되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정부의 언론압박이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다 보니 이제는 공동여당인 자민련까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엊그제 열린 자민련 당무회의에서 당직자들은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와 신문고시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지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언론탄압에 가깝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언론개혁은 언론시장의 경쟁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순리다. 이를 훼손하는 어떤 시도도 용납돼서는 안된다. 정부가 뭔가에 쫓기듯 추진하는 신문고시제정작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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