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름다운 시구

  • 입력 2001년 4월 5일 19시 11분


올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시구를 한 애덤 킹 소년(9)은 우리에게 꿈을 선물한 작은 영웅이다. 킹 소년이 한국 프로야구의 성년을 기념하는 시구에 앞서 “안녕하십니까. 나의 영웅은 미국의 전설적 홈런왕 베이브 루스입니다”라고 서투른 한국말로 인사를 하자 잠실구장을 메운 3만 관중이 일제히 격려의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애덤 킹 소년의 시구는 한국 프로야구 20년 사상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손가락이 붙고 두 다리가 썩어 들어가는 희귀 질병을 앓아 한국의 친부모마저 포기한 소년은 미국에 입양돼 세 번에 걸친 외과수술을 통해 허벅지 아래를 모두 잘라낸 뒤 티타늄 의족을 딛고 일어섰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빨강 파랑의 티타늄 다리를 뒤뚱거리며 걸어 들어가는 모습은 흡사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화성 소년같았지만 표정은 누구보다도 밝고 건강했다. 베이브 루스만이 영웅이 아니고 킹 소년이야말로 바로 이 날의 영웅이자 킹이었다.

조국과 친부모가 버린 장애아를 데려가 구김살 없이 키워 유머 감각이 풍부하고 야구를 즐기는 소년으로 키운 미국인 밥 킹씨의 무한한 인간애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밥 킹씨는 친자녀 세 명 외에 입양 자녀가 8명이다. 장애아를 하나 키우기도 힘들다는데 입양 자녀 가운데 5명이 장애아이다. 한국에서 4명을 입양한 밥 킹씨는 7월에 다시 한국에서 뇌성마비 장애아를 입양할 예정이다.

한국인들은 핏줄로 구성된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서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폐쇄성과 편협성이 지나친 편이다. 미혼모 등에 의해 버림받고 고아원에 수용된 아이들의 99.5%가 해외에 입양되고 있다. 소수의 국내 입양도 장애아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선진국에서는 고아원에서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은 아동학대라는 인식이 자리잡아 고아 수용 시설이 사라져 가고 있다. 한국은 6·25 전란 시절에 얻은 고아 수출국의 수치를 세계 11위 수준의 경제 규모에서도 여전히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동네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려 하면 집단 반발에 나서는 나라에서 언필칭 인권과 복지를 말할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사랑과 희망이 가득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핏줄만 품는 작은 성을 깨고 나와 소외된 이웃 사랑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밥 킹씨 부부의 큰 사랑과 킹 소년의 해맑은 미소에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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