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focus]박근혜 행보 시선집중…내주 YS와 회동

  • 입력 2001년 4월 5일 19시 11분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부총재가 다음주 중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만나기로 하는 등 ‘보폭 넓히기’에 나섰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달 29일 박부총재의 후원회에 김 전대통령이 축하메시지를 보낸 데 대한 답례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지만 양측은 개헌론과 차기대선 구도 등 민감한 현안들이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박부총재는 부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YS의 오랜 악연을 의식한 듯 4일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 김 전대통령의 경륜이 나라 일을 뒷받침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부총재는 지난달 26일 김영준(金永駿) 전 감사원장, 김유후(金有厚) 전 서울고검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반대편에 서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도 두루 만나라”는 조언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런 박부총재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박부총재는 4일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권에 목적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했지만 일관되게 개헌을 주장하는 등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당내 위상도 부쩍 높아져 있다. 내각총사퇴 주장을 철회시킴으로써 ‘당론의 바로미터’라는 평까지 받고 있고, 4일에는 당내 40대 의원 모임의 고문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회창(李會昌)총재측은 “이총재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있고, 아직은 별 이상징후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한 측근은 “무엇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보다 일단 부지런히 문제를 제기해서 파문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총재측이 박부총재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립적 위치에 있는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박부총재가 지금은 직설적으로 이총재를 반대한다고 할 수 없는 만큼 개헌주장을 통해 우회적으로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를 꾀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만약 개헌론이 탄력을 받게 되면 박부총재의 운신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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