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아이비리그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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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리그는 브라운 컬럼비아 코넬 다트머스 하버드 펜실베이니아 프린스턴 예일(알파벳 순) 등 미국 동부의 명문 8개 대학을 일컫는 말이다. 전 세계의 우수 고교생들이 꿈에도 그리는 아이비리그가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의 체육부 기자들이 만들어낸 고유명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37년 10월 14일 목요일 오후 뉴욕 헤럴드 트리뷴 체육부장은 주말에 벌어질 대학 축구 경기를 기자들에게 분담시키고 있었다.

▷카스 애덤스 기자는 펜실베이니아대와 컬럼비아대의 경기를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당시 미식 축구는 뉴욕 포드햄대의 전성 시절이었고 애덤스 기자도 포드햄대 출신이었다. 그는 다소 불만 섞인 목소리로 “나는 매주 토요일 담쟁이덩굴(아이비)이 자라는 것이나 지켜봐야 합니까. 담쟁이덩굴이 덮인 고색창연한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 좀 보내주세요”라고 말했다. 바로 옆에서 타이프라이터를 치고 있던 스탠리 우드워드 기자는 ‘아이비’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동부의 전통 깊은 대학들은 리그(연맹)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대학들을 아이비리그라고 묶어보면 어떨까?’ 우드워드 기자는 월요일자 축구 논평에서 아이비리그라는 말을 처음으로 썼다. 이 기사가 나간 후 축구 팬들도 일상 대화에서 아이비리그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고 학자들도 따라왔다. 한 체육부 기자의 불평이 결국 사전에 오르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미국의 고등학생들은 희망대학을 고를 때 전국 대학을 아이비와 비(非)아이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놓고 고민한다.

▷서울대 입시에 실패한 서울 개포고교 졸업생 2명이 예일대와 MIT에서 나란히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아이비리그의 대학에 논스톱으로 들어갔으니 가히 수재라고 부를 만하다. MIT는 아이비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공대가 아주 우수하고 다른 학과들도 아이비 상위 수준이다. 서울 강남 등지에서는 두 학생처럼 논스톱 유학을 추진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소식이다. 한국도 아이비리그 수준의 대학군(群)을 만들어 수재의 해외 유출이 줄어들면 좋겠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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