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청주공항 검색체계 무방비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54분


‘운송기능은 국제공항, 검색체계는 버스터미널.’

청주국제공항이 최근 들어 중국 여객기와 러시아 화물전용기의 운항 정례화로 국제공항의 면모를 찾아가고 있으나 화물 검색체계는 너무나 허술하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 마약이나 구제역 감염 육류 등이 들어온다 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다른 국제공항과 달리 대형 X선 검색기나 마약견 등을 갖추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늘어나는 국제선 항공편〓청주공항이 충북 청원군 내수읍 입상리에서 개항한 것은 97년 4월. 당시만 해도 제주 부산행 등 국내선은 물론 괌 사이판 오사카 나고야행 등 국제선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는 국내 3번째 국제공항이었다. 하지만 그 해 12월 제주행을 제외한 전 노선이 폐쇄돼 ‘동네공항’이 됐다.

그러나 98년 하반기부터 러시아 화물기 등이 부정기적이나마 운항을 시작했고 최근 들어서는 국제노선과 운항횟수가 늘고 그것도 정례화되는 추세다.

청주공항공단에 따르면 이 공항의 국제선 운항 횟수는 99년 265편, 2000년 428편, 2001년(1∼2월) 90편 등으로 크게 늘었다. 화물량도 99년 5259t, 2000년 2918t, 2001년 461t으로 적지 않은 실정이다.

또 충북도와 공단 등의 공항활성화 노력에 힘입어 매주 두 차례 운항했던 청주∼중국 상하이(上海)간 여객기가 지난달 28일부터 매주 3차례씩 증편 운항되기 시작했다.

10일부터는 청주∼중국 선양(瀋陽)간, 6월부터는 청주∼스자좡(石家莊)간 여객기가 각각 매주 3차례씩 새로 취항할 예정이다.

▽허술한 검색체계〓청주공항의 국제선 화물은 중국 여객기의 수하물과 러시아 화물전용기의 대형 화물로 크게 두 종류.

수하물의 경우 다른 공항처럼 X선 검색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약견이 없어 마약 여부 등의 식별은 어려운 실정이다. 청주세관 관계자는 “X선 검색기는 형태만 구분할 수 있을 정도여서 마약이나 밀가루는 모두 가루로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러시아를 오가는 대형 화물.

이 화물은 부피가 크기 때문에 다른 공항과 달리 가로 세로 높이 1m 이내의 작은 화물만 통과가 가능한 소형 X선 검색기 2대만 갖춘 청주공항으로서는 아예 검색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러시아 화물은 비행기에서 곧장 화물 야적장으로 직행한다. 여기서 경찰이나 세관이 취하는 조치는 여행자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서치봉을 통한 탐색이 고작. 공항 관계자는 “금속이 아닌 마약이나 육류 등은 ‘무사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경찰은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화물 중 금속음이 탐지되는 경우에도 일일이 뜯어볼 수 없다. 따라서 시한폭탄이 대부분 24시간을 넘기지 않는 점을 감안, 야적장에서 하루를 재운 뒤 화주에게 넘기는 원시적인 방식을 쓰고 있다. 러시아로 나가는 화물은 이 과정조차 생략한다.

▽대책은 없나〓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줄곧 공항 보안대책심의회 등을 통해 대형 X선 검색기와 폭발물 탐지기, 마약견 등을 마련해주도록 공단측에 요청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들어 우리나라가 마약 밀매의 중간 경유지로 급부상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 등은 마약과 관련해 안심할 수 없는 나라여서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청주출장소 관계자는 “특별한 자체 정보가 없을 경우 세관 등이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에만 검역을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청주공항공단 관계자는 “대형 X선 검색기와 이를 설치할 화물청사를 세우기 위해 지난해 말 건설교통부를 통해 29억여원의 예산을 요구했으나 국회에서 전액 삭감됐다”며 “올해 추경에 다시 상정할 계획이지만 결과를 낙관하기 힘들다”고 걱정했다.

<청원〓지명훈기자>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