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희망이다/인재양성 총력]세계는 지금 교육혁명중

  • 입력 2001년 4월 2일 09시 52분


“초당적인 교육개혁이 내 행정부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만일 우리나라가 모든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른 많은 분야에서 실패할 것입니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최근 ‘뒤처지는 아이는 없다(No Child Left Behind)’란 교육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연방정부는 ‘교육체제’가 아닌 ‘우리의 자녀들’에게 봉사할 것”이라며 비능률적인 교육체제를 손질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세계는 지금 교육혁명 중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이 산업사회 방식의 교육이 더 이상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하지 않다는 각성을 바탕으로 ‘교육 뜯어고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성장의 원동력은 기술 또는 기술발전으로 이어지는 혁신이 전부가 될 것이다. 지식집약적 산업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주요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는 현실에서 교육훈련 투자가 신경제의 핵심인 혁신에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캐나다 정부의 정책연구보고서 ‘캐나다 2005:세계적인 도전과 기회’, 미국 학교행정가협회 연구보고서 ‘21세기 학교와 학교체제의 대비’)

세계 각국의 교육개혁 목표는 같다.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자 건전한 사회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현상 유지는 곧 퇴보이며 뒤지면 도태된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영국〓토니 블레어 정부는 97년 ‘교육 최우선주의’를 내걸고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학교들이 지속적인 학력 향상을 꾀한다는 ‘높은 도전, 높은 후원(High Challenge, High Support)’을 모토로 삼았다. 영국은 △조기교육 △초등학생 산술 및 독해력 향상 △중등교육 현대화 △교직 현대화 등 4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소외지역 자녀들(0∼4세)을 조기에 교육해 장기적으로 궁핍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도록 하고 4세부터 받는 무료 유치원 교육을 3세부터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어린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읽기 쓰기 계산 능력이 높은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영국 교육이 세계 수준이 될 수 없다고 보고 2002년까지 80%가 영어, 75%가 수학 성취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영국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보고 있다.

▽프랑스〓학력 향상을 위한 혁신적인 교수방법의 개발 및 보급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교수방법 개선 국가위원회’가 출범했다.

유치원에서 말하기 교육, 초등학교 1학년에서 읽기 교육에 중점을 둬 도서관 장서를 확충하고 과학교육을 강화하며 학교당 1개의 합창단과 문화교실을 만들고 있다. 올해 전 학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2003년부터 초등학교 졸업시 컴퓨터와 인터넷 자격증 취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2005년에는 유치원(만 2, 3∼5세) 상급반 과정에 외국어교육을 도입할 작정이다.

▽일본〓지난해 12월 모리 요시로 총리의 자문기관인 ‘교육개혁국민회의’는 교육개혁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왕따(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교실붕괴’ 등 우리나라와 유사한 교육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일본은 교육개혁의 시동은 늦었으나 추진 속도는 빠르다.

‘인간성 풍부한 일본인’을 육성하기 위해 보호자가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교육휴가제를 도입하고 초등학생(2주간)부터 모든 학생이 봉사활동을 하게 하고 만 18세가 되면 국민 전원이 1년간 농업 노인간병 등 봉사활동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창조성 풍부한 일본인’을 위해 초중고교에서 학습수준에 따라 수업하고 고교생 학력 향상을 위해 학습달성도 시험을 도입하며 대학 입학 후 성적평가제도를 도입해 수준 미달자를 퇴학시키거나 낙제시키며 대학 교원에 대한 평가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학생이 소속 학구에 관계없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고 제3자가 학교를 평가할 수 있도록 ‘교육 소비자 주권’을 강화했다.

실제로 일본은 지도력에 결함이 있는 교원을 본인의 동의없이 행정직 직원으로 전직시키는 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하는 등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東京)도 교육청은 4월부터 지도력이 부족한 교원에게 특별 연수를 받도록 하고 지도력이 향상되지 않으면 퇴직을 권고하기로 했으며 내년에 개교하는 도립고 교장에 경제인을 임명하기로 하고 경제단체에 후보자 추천을 의뢰했다.

▽미국〓83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교육 현실을 개탄하며 학업성취도의 기준 강화를 제안하는 ‘국가의 위기’ 보고서 이후 지속적인 개혁이 이뤄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뒤지는 아이는 없다’에서 △학생의 성적 향상에 대한 주, 교육구(교육행정단위), 학교의 책임을 강화해 읽기와 수학에 대한 평가 결과에 학교가 책임을 지고 △교육예산을 학교와 교사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주로 사용하고 △주 교육구 학교의 재량을 강화하며 △교육 소비자로서 학부모의 권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잘하는 학교에는 보너스를 주고 실패한 주에 대해 지원금을 삭감하며 학생들에게 학력 신장 기회를 철저히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성적이 낮은 학생이 3년간 계속 학력이 신장되지 않으면 사립학교를 포함해 질이 좋은 학교로 전학할 수 있도록 학비를 지원하거나 특별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고 학부모들이 자녀가 다닐 학교를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정책에 대해 민주당과 교육단체들이 반대하고 있으나 부시 행정부는 밀어붙일 태세다.

미국은 공교육을 강화함과 동시에 다양한 학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차터스쿨 예산을 지난해 2500만달러에서 올해 1억5000만달러로 6배나 늘렸다. 차터스쿨은 공립학교지만 교육구에 성취목표를 약속한 뒤 사립학교처럼 자율권을 갖고 운영된다.

미국은 또 학급당 학생 수를 유치원 초등학교는 18명 이하로 줄이고 교사 채용과 연수에 99년 12억달러, 2000년 13억달러, 2001년 17억5000만달러를 책정하는 등 교사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

연방정부와는 별개로 RJR나비스코재단의 ‘21세기 학교 프로그램’ 등 교육 개혁을 추진하는 민간단체도 있다. 이 재단은 42개 학교에 3000만달러를 투자해 아이디어를 제한하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욕구를 충족시키는 개혁을 하고 있다.

▽중국〓지난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과학교육 선진국화 전략’을 발표하고 ‘10차 5개년 계획’을 마련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창의력계발 프로젝트, 고등교육 확대, 교사 자질 향상, 인재육성 등 다양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北京)대 등 전국 10개 대학을 선정해 10년 안에 이들 대학이 세계 100대 대학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한 대학에 매년 2000억원(한국 화폐 단위)을 투자하고 있으며 2010년까지 100여개 대학에 과학기술원을 설립해 첨단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러시아〓최근 대학의 공정한 학생선발과 성적에 의한 무상교육 혜택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고교 졸업시험과 대학 입학시험을 통합해 국가고시로 치르기로 하고 올해 사하공화국 등 극동지방에서 시범 실시한 뒤 2003년 전국에 실시키로 했다.

▼한국은? 이해상충-예산부종-편법 "해마다 개혁"▼

우리나라는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으나 속도는 늦다.

95년 5월31일 ‘신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Ⅰ’이 발표된 뒤 97년 6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개혁안이 추가로 마련됐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교육비전 2002―새 학교문화 창조’(98년 10월), ‘200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선 방안’(98년 10월), ‘창조적 지식기반국가 건설을 위한 교육발전 5개년 계획 시안’(99년3월), ‘한국 교육의 중장기 비전’(99년12월) 등 많은 개혁안이 나왔다.

이들 방안 가운데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 것은 드물다. 시행에 앞서 좌절되거나 시행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 다른 문제를 만들기도 했다.

초중등 분야에서는 △제7차 교육과정 △봉사활동 △영어교육 강화 △수능 모의고사 금지 등이 현재 시행되고 있다. 7차 교육과정은 과다한 학급당 학생 수와 교사의 자질, 봉사활동의 경우 봉사활동 확인증 제시, 영어교육은 영어 사교육 열풍 및 유능한 교사 부족, 수능 모의고사 금지는 국가 주관 모의고사 시행 등으로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되고 있다.

계획만 발표되고 아직까지 검토 단계에 있거나 실효가 없는 방안도 많다. 영재교육 강화(95년5월 발표), 초중등학교 통합운영(96년2월), 학교폭력 근절(97년6월), 기초학력 미달자 특별교실(97년6월), 자립형 사립고(95년5월) 등이 그예다.

특히 대학입학제도 개선방안은 현재 시행되고 있지만 많은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혼란스러운 것으로 비쳐지면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육 정보화, 중학교 의무교육 등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개혁안은 재정 형편에 따라 진행 속도가 결정되기도 한다.

이 같은 ‘개혁의 방황’은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등 집단간 이해 상충 △각종 교육 규제와 학교의 자율성 부족 △입시 위주 교육 △단편적인 개혁안 △교육재정의 부족 등에 기인하고 있다.

서울대 김신복(金信福) 교수는 “각 부처가 협조해 정권 차원에서 개혁을 추진해야 하며 학교―가정―사회가 연계돼 전체적인 문화를 바꿔나가면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