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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1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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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치하더라도 장기인 ‘웹사이트에 사람 끌어 모으기’에서조차
밀리고 있다. 본보 경제부 IT팀이 인터넷 조사기관인 인터넷메트릭스와 8개 사업분야의 세력판도를 조사한 결과 방송 교육 여행 종합쇼핑몰 등 4개 부문은 이미 전통기업이 우위에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닷컴, 게 섰거라〓우선 인기의 척도인 웹사이트의 월방문자수. 순수닷컴 상위 3개사와 전통기업 상위 3개사를 비교했을 때 방송부문은 SBS MBC KBS 등이 포진한 전통기업진영이 93 대 7로 닷컴을 압도했다. 이같은 결과는 방송부문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나 콘텐츠의 양과 질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예상된 결과.
의외인 것은 교육부문. 교육학술진흥원(edunet4u.net) 대교(edupia.com) YBM시사영어사(ybmsisa.com) 등 전통기업진영이 ‘baeoom.com’ ‘dig.co.kr’ ‘winglish.com’을 78 대 22로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교의 김광주 인터넷사업팀장은 “닷컴들이 시작은 빨랐지만 브랜드 신뢰도가 중요한 교육사업에서 수십년간 착실히 토대를 닦아온 전통기업을 이길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행부문에서는 ‘tourpia.com’ ‘nextour.co.kr’ ‘webtour.com’ 등 닷컴이 오프라인 여행사를 일찌감치 따돌렸으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의 위세에 눌려 38 대 62로 약세로 돌아섰다. 투어피아닷컴 염경진 대표는 “온라인여행사들이 두 항공사와 경쟁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이들과 맞대결을 피하면서 틈새시장을 찾아내는 것이 온라인여행사들의 살 길”이라고 설명했다.
종합쇼핑몰에서는 롯데(lotte.com) LG홈쇼핑(lgeshop.co.kr) 삼성물산(samsungmall.com) 등 오프라인기업들이 ‘zeromarket.com’ ‘interpark.com’ ‘freeshop.co.kr’ 순수닷컴들을 54 대 46으로 앞질렀다. 롯데닷컴 추동우 마케팅팀장은 “종합온라인쇼핑사업을 하려면 방대한 상품조달망과 유통망, 높은 브랜드인지도 등이 필요하다”며 “오프라인 기반을 가진 쇼핑사이트들의 우위가 날이 갈수록 분명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직 인터넷은 우리 마당〓증권정보 서적 금융포털 포털 등 4개 부문은 전통기업들이 약진을 하는 가운데서도 순수닷컴들이 아직까지 우위를 지키고 있다.
증권정보 분야는 ‘antclub.com’ ‘paxnet.co.kr’ ‘thinkpool.com’ 등 닷컴진영이 한빛증권(hanvitsec.co.kr) LG투자증권(iflg.com) 현대증권(elibero.co.kr) 등 전통기업진영을 66 대 34로 압도했다. antclub.com의 김정한 사장은 “정보산업 관련 기술력이 앞서고 고객의 수요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주된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금융포털(2개사씩만 선정)은 ‘banktown.com’과 ‘moneyok.co.kr’ 등 순수닷컴이 기업은행(mybank.co.kr)과 하나은행(hanaib.com)을 59 대 41로 앞질렀다. 머니오케이 이승호부사장은 “은행이 운영하는 금융포털은 다른 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의 상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들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 때문에 훨씬 앞선 자금력이나 브랜드인지도를 갖고도 충분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털분야는 다음 야후코리아 라이코스코리아 등 순수닷컴이 한국통신(hanmir.com) 데이콤(chollian.net) 드림라인(dreamx.net) 등 전통기업 진영에 비해 58 대 42로 약간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페이지뷰 기준으로는 94 대 6으로 멀찌감치 앞서나가고 있다.
▽전통기업 뒤짚기의 원동력〓“굴뚝산업은 닷컴을 따라 잡을 수 없다.” 야후코리아 염진섭사장은 2년전인 99년 1월 한 강연에서 세계 최대의 오프라인 서점 반즈앤노블이 온라인서점 아마존에 패할 수 밖에 없다며 다음 세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출발이 늦었고, 아날로그의 사고방식과 조직으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며, 아날로그에서의 명성이 인터넷으로 통할 것으로 잘못 생각했다는 것.
이 세가지 점은 현재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전통기업들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인터넷컨설팅업체인 인터넷서클스의 홍세원사장은 “과거에는 전통기업들이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려는 의지가 없었을 뿐”이라면서 “이제는 인터넷비즈니스를 대세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형세가 바뀐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과거 닷컴의 주요한 경쟁우위중 하나였던 인터넷 관련 기술을 이제는 돈만 있으면 시장에서 살 수 있게 된 점과 닷컴들의 화수분이었던 코스닥시장이 붕괴한 점 등이 상대적으로 전통기업이 약진하게 된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앞으로의 판도는〓고려대 경영학과 이경전교수는 데이비드 티스의 이론을 적용, 각 부문별로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술모방이 쉬운가 어려운가, 물류나 오프라인 매장 등 온라인을 보완하는 자산이 중요한가 안중요한가에 따라 판세가 결정된다는 것.
이교수는 “기술모방이 쉽고 보완자산이 중요하지 않은 영역은 순수닷컴이 수익을 못내 고전하고, 기술모방은 쉽지만 보완자산이 중요한 영역은 오프라인 기업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교수는 이어 “기술모방이 어렵지만 보완자산이 안중요한 분야는 닷컴이 강세를 보이고 기술모방이 어려우면서 보완자산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모두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성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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