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가출쟁이
하이타니 게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165쪽 5000원 웅진닷컴
‘그런 말 하면, 나 가출할거야.’(본문21쪽)
1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시험지를 받아왔을 때, 마사토는 가출을 했다.
“뭐니? 이게.”
“왜? 90점이면 좋은 점수야.”
마사토의 대꾸에 엄마가 째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점수를 말하는 게 아냐. 왜 이런 걸 틀렸어?”
“틀린 거 아냐. 사실대로 썼는데, 선생님이 ×표를 쳤단 말야.”
<마사토가 틀린 문제>
3.여러분이 어머니와 가족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할 수 있게 된 것을 쓰시오.
마사토가 쓴 답〓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6.양호 선생님에 관한 말입니다. 맞는 것은 ○표 틀린 것은 ×표하세요.
마사토의 답〓(○)양호 선생님의 말을 잘 지켜야 합니다.
(×)누구나 친절하게 치료해줍니다.
엄마는 마사토가 틀린 문제를 손가락으로 집으며 말했다.
“네가 혼자 할 수 있게 된 건, 양치질이나 옷 입기 같은 거야. 그리고 양호 선생님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치료를 해주셔. 그런데 왜 ×표를 했어?”
“걷는 것도 혼자 할 수 있게 됐어. 그리고 지난번에 예방주사 맞을 때 양호 선생님이 무섭게 화냈어. 떠들지 말고 줄 똑바로 서라고. 하나도 친절하지 않았어.”
엄마는 한숨을 쉬었다.
“넌 정말 이상한 아이야.”
“난 이상한 애 아냐.”
“이상한 애야.
엄마가 자꾸만 그렇게 말해서 마사토는 슬퍼졌다. 그래서 가출했다. (가출이라고 해봐야공원에 가서 엄마가 데리러 올 때까지 강아지 덜렁이하고 놀고 있는 것이었지만.)
우선 재미있다. 어느 두꺼운 보고서가 ‘가출’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 또래 아이의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이렇게 따뜻하고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때묻지 않은 동심의 모습을 그 짧은 분량에 실어내 우리를 감동시키는 ‘동화’는 그래서 위대하다.
(아침햇살아동문학회)achs003@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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