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러시아, 사상 첫 女국방차관 탄생

  • 입력 2001년 3월 29일 18시 32분


‘여장부를 앞세워 군 개혁을 앞당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지지부진한 군개혁 작업을 독려하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빼들었다. 28일 전격 단행한 개각에서 국방차관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인 류보비 쿠델리나(46)를 임명한 것이다.

이번 개각의 가장 큰 목적은 그간 개혁의 걸림돌로 지적 받아온 군 수뇌부를 교체하는 데 있었다는 것이 정치분석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소련 시절을 포함,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국방장관에 임명된 것도 처음이다. 이는 과감한 개혁을 군부 스스로는 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러시아 언론매체는 “정부가 군개혁 상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군사비밀 때문이 아니라 개혁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정부를 비판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쿠델리나 차관이 앞으로 군개혁 업무를 총괄한다”고 밝혔다.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나 모스크바재정대학을 나온 쿠델리나 차관은 77년 재무부 근무를 시작으로 주로 경제분야에서 일해왔다. 99년 재무부 차관에 오른 뒤 국방예산을 담당해왔다.

러시아 여성이 부총리에 오른 적도 있지만 여성 고위관리는 대개 문화부 교육부 복지부 등에 많았다. 쿠델리나 차관은 남성 위주 부처인 재무부와 국방부에서 고위직에 오른 최초의 여성이 됐다.

뚝심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진 쿠델리나 차관이 군부와 방위산업계의 반발을 이겨내고 군인력 감축과 조직개편, 부실한 방산업체 정리 등의 과제를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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