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심판의 힘

  • 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32분


이번 주 들어 전 세계 300여명의 축구 선수들이 2002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대부분 쓴 잔을 마시게 될 것이지만 이중 일부는 본선진출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파울을 비롯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의 교묘한 반칙을 꿰뚫어 보는 동시에 그들이 느끼는 압박감이나 영광을 함께 호흡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피에르루이지 콜리나. 완전히 벗겨진 머리와 매서운 눈을 가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심판이다. 콜리나는 분명히 2002년 월드컵때 여러분을 찾는 손님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 나는 이 키도 크고 정열적인 이탈리아인에 대해 살을 좀 붙이고자 한다.

그는 최근 이탈리아 톱 모델인 라에티티아 카스타를 대신할 로렌츠 시계 모델로 뽑혔다.이탈리아의 ‘소셜 마케팅사’는 최근 15세부터 50세까지의 여자 720명을 상대로 ‘역할 모델의 매력도’에 관한 설문 조사를 했다. 여기서 축구 심판들이 엄청나게 높은 점수를 땄고 콜리나는 이중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

소셜 마케팅사는 이 설문 조사가 축구 심판들이 견줄데 없는 성적 매력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콜리나의 남성다움과 엄격성, 풍부한 얼굴 표정은 물론 굽은 다리마저 여자들의 뇌리에 강렬한 이미지로 새겨져 있었다고 밝혔다.

한 심리학자는 심판들의 성적 매력은 그들이 선수들을 장악하는데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선수들이 귀고리,물들인 머리,쇼걸같은 분위기와 몸짓속에 잃어버린 남성미의 원형을 심판들은 간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콜리나의 머리칼은 어릴 때 질병으로 빠진후 다시 자라지 않았다. 콜리나는 진지한 남자다. 그는 볼로냐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세계 어디로 가든 주식시장을 체크할 수 있는 TV화면과 이메일만 있으면 된다. 그는 재정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으며 수입도 상당하다.

월드컵 본선 심판이 받는 경기당 500달러의 수당은 베컴이나 바티스투타,피구,히바우두 등 특급선수들이 받는 수백만달러에 비하면 ‘닭모이’ 수준에 불과하다.

콜리나에게 성적 매력 때문에 로렌츠 광고 모델이 된 것이 아니냐고 말해보라. 그는 즉각 매서운 눈빛으로 “나는 오로지 아내 지오반나에게만 관심있다”고 답할 것이다. 사실 그의 인생엔 오로지 3명의 여자, 아내와 두 딸 로마나(10), 카롤리나(6)만 존재한다.

콜리나는 내 사전에 실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심판은 똑똑하지 않다고 말한다. 축구심판에겐 두개의 눈만 있을 뿐이지만 그라운드는 18곳에 놓인 18대의 카메라가 지켜보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지하고 있는 전임 심판제를 도입한다해도 전세계 축구팬은 항상 심판들의 ‘인간적인 실수’를 목격할 수 밖에 없다고 콜리나가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심판을 위협하지 말라고 말한다. “우리는 누가 페널티킥을 유도해내기 위해 거짓 다이빙을 할 것인지,누가 파울을 할 것인지조차 미리 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성이 아니라 그라운드내 선수들에 대한 존중이다.”

유로2000 1회전 네덜란드―체코전때 콜리나는 충돌하는 두 선수를 중재하는 과정에서 한 선수의 가슴을 밀쳤다. 나는 그에게 심판이 선수 몸에 손을 대는 것은 썩 좋은 장면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그건 어쩌면 내 실수였다”고 답했다. 그는 “심판이 선수 몸에 접촉하는 것은 좋지않다. 경기중 가끔은 큰 사고를 막기위해 심판이 선수들 사이에 끼어드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그러나 보통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남자답게 수행한다. 720명의 여자들이 틀렸을 리가 없다. 그가 2002년 서울에서도 멋진 모습을 선보이길 기대한다.

<영국 축구칼럼니스트>

robhu@compuser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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