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對策(대책)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52분


言語가 변하듯 單語의 의미 또한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것은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지금 ‘對策’이라면 어떤 상황에 對應(대응)하는 方策(방책), 곧 方法(방법)을 뜻하지만 원래는 官吏를 選拔(선발)했던 試驗에서 비롯된 말로 그 유래가 매우 오래됐다.

對策은 본디 ‘策을 對한다’는 뜻이었다. 策은 竹변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느다란 대나무쪽으로 만든 말채찍이었다. 말을 달리게 하기 위해서는 채찍질이 필요했으므로 策은 말을 모는 하나의 ‘方法’이 된다. 그래서 方策이라는 말이 나왔다. 지금도 사전을 찾아보면 ‘말채찍’으로 설명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策은 말채찍이 아니라 그것처럼 얇게 쪼갠 대나무 조각을 말한다. 그러니까 옛날 아직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글씨는 비단이나 대나무쪽에다 썼다. 그런데 비단은 너무 비쌌으므로 通用되었던 것은 대나무였다. 그것을 竹簡(죽간)이라 했으며 묶은 것을 冊 또는 簡策(간책)이라고 했다. 지금의 한 ‘章’에 해당된다.

중국에서 정식 科擧(과거)는 唐나라 때부터 비롯되지만 漢나라 때에도 유사한 시험은 있었다. 官吏를 뽑는 시험이었는데 그 방법이 좀 특이했다. 즉 策에 시험문제를 적어 책상 위에 죽 늘어놓는다. 물론 뒤집어 놓아 응시자가 볼 수 없도록 했다.

그런 다음 각자 하나씩 가려 뽑도록 하여 시험을 치렀는데 이렇게 보는 시험을 射策(사책)이라고 했다. 마치 활을 쏘듯 화살통에서 화살을 하나씩 꺼내는 것과 같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아예 策을 책상 위에 나누어 준 다음 답을 쓰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응시생이 고사장에 입장하면 策(시험지)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따라서 응시생은 그 策을 對하고 앉아 답을 써야 했으니 이런 시험을 ‘對策’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응시생들은 좋은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다. 여기에서 對策은 본디 ‘策을 마주 對한다’는 의미에서 ‘對應하는 方策’, 곧 지금의 뜻으로 사용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對策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국가가 시행하는 것을 政策이라 하는데 미숙하면 拙策(졸책), 잘못하면 失策이 된다. 또 대강 땜질하는 식이 되면 이번에는 彌縫策(미봉책)이 되고 만다. 현재 懸案(현안)이 되고 있는 醫保(의보)對策은 정말이지 근본적인 처방이 요구된다. 妙策, 秘策(비책)인 것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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