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리아로 가는 길] 인터넷 기업변신 "선택 아닌 필수"

입력 2001-03-26 18:34수정 2009-09-2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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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e-비즈니스를 추진하는 별도의 조직이 없다.

지난달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본사에서 회사의 조직을 설명하던 대외홍보담당자 캐슬린 파시나씨는 e-비즈니스 의 e 가 회사의 일상적인 업무에 통합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제품이 나올 때마다 편리하고 저렴한 제품으로 맞서고 있는 썬은 98년부터 모든 오프라인 업무를 웹으로 옮기기 위해 e-썬 그룹 을 운영해왔다.

파시나씨에 따르면 e-썬 의 모든 구성 요소들이 다시 썬의 본체에 흡수됐다고 한다.

썬의 모든 사업조직이 e 를 갖고 있으며 e 는 이제 썬의 핵심 유전자(DNA)가 됐다는 것.

비슷한 시기에 발간된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실리콘밸리에서 성장한 세계적인 프린터제조업체 휴렛패커드(HP)도 썬의 서버 제품과 서비스를 따라잡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수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 남쪽의 기업들이 지난해 4·4분기부터 실적이 떨어져 구조 조정 계획을 연일 발표하고 있으나 일찍이 조직을 뜯어고친 썬은 비교적 여유가 많다고 이 회사 직원들은 말했다.

재빠른 썬의 변신은 전통 기업이 e-비즈니스를 추진하는 경우는 물론 비슷한 정보기술(IT)업계에서도 e-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기업변신 으로도 불리는 e-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이 e-비즈니스를 실행하면서 각종 제도와 조직을 새로운 인터넷 환경에 맞게 고친다고 해서 나온 말. 기업의 성공적인 변신을 위해서는 정보를 공유하는 조직 문화와 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집중=썬은 올 1월 중순 2년간 운영하던 e-썬 을 통합하기 전 7개 사업부문을 대폭 손질했다.

컴퓨터 부품과 장비를 판매하던 사업부를 글로벌영업운영본부로 통합하고 판매부서마다 흩어져 있던 서비스 사업부를 고객서비스본부로 옮겼다. 갖가지 생산 부서도 시스템 제품 조직으로 일원화했다.

인터넷 환경에서 제품제조의 집중화와 고객 창구의 일원화를 도모한다는 것이 지난해까지 진행된 조직 개편의 주요 목적이었다. 이같은 정비 작업이 끝나자 썬은 e-썬 이 추진하던 각 부문의 e-비즈니스를 조직 전체에 불어넣기 시작했다.

파시나씨는 e-썬의 흡수통합후 35만건 이상의 고객 주문을 자동화 프로세스로 처리해 5억 7400만 달러의 운영비를 절감했고 제품 출고 시간을 종전보다 5∼6주 앞당겼다 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컴퓨터 부품 제조 분야의 조직은 수익률 높은 장비 제조와 서비스 중심으로 개편됐다는 것.

파시나씨는 e-비즈니스 는 고객에게도 혜택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종전에는 고객 한 명이 전화를 걸어 영업 담당자와 얘기할 때 평균 20달러가 들었으나 썬의 고객 센터가 웹 중심으로 바뀌면서 1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온라인으로 주문서를 내거나 주문 집행 상황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

파시나씨는 야간 주말 휴일의 온라인 문의가 급증했다 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고객센터도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장소로 바뀌었다 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상품의 90% 이상을 거래하는 통신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즈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제품 공장을 아웃소싱하고 핵심기술만 본사가 개발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직원 교육도 모두 웹을 통해 실시하기 때문에 신입사원 교육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

▽경영진의 결심과 공유 문화가 필수=정보기술(IT) 없이 성장 기반을 마련한 전통기업의 경우 e-트랜스포메이션을 기업 전산실이 추진하는 작업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인터넷위크지는 경영진의 결심과 전사적인 노력이 e-트랜스포메이션의 첫 번째 성공요인이라며 미국의 거대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사례를 들고 있다.

GE의 최고경영자 잭 웰치는 99년 1월 e-비즈니스를 추진하기 전 인터넷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그가 e-비즈니스를 GE의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면서 매달 그룹내 37명의 경영진과 인터넷 도입 상황을 점검하는 것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사실.

GE의 정보담당 최고경영자의 사무실에는 회사의 e-메일이나 웹 서버가 고장났을 때 빨간색 경고등과 함께 사이렌이 울리고 있다. GE는 e-비즈니스 추진후 운항중인 항공기의 엔진을 원격 진단하는 새로운 사업도 벌이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도 96년 e-비즈니스 추진 초기에는 부서간 데이터 공유가 되지 않고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 e-트랜스포메이션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 회사는 지금 IT를 생산공정에 끌어들여 자동차설계 주기를 48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인 e-트랜스포메이션의 대표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GM은 중요 정책을 입안할 때 경영진이 노동조합의 자문을 받고 있어 e-비즈니스와 함께 사내 문화를 바꾼 기업이 됐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스코시스템즈 부사장으로 일하는 유영수씨는 전통 기업이든 IT 기업이든 성공적인 변신을 바란다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빠르게 대처할 조직 문화를 가꾸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고 말했다.

<새너제이=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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