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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25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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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공간에 본점과 지점을 갖춘 것처럼 자사 홈페이지에 사이버본점을 두고 네티즌 유동인구가 많은 포털사이트에 별도의 사이버지점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매출 확대와 이익 증대를 노리고 있는 것. 몇몇 금융기관에 의해 지난해부터 시도된 사이버지점이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로 검증되면서 반신반의(半信半疑)하던 금융기관들도 뛰어드는 등 사이버지점망 구축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젠 빌딩 주인들이 은행지점을 유치하듯 인터넷포털에서 금융기관 지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늘어나는 사이버지점〓지난해 3월 네띠앙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다음 옥션 천리안 등 32개 인터넷사이트에 사이버지점망을 갖춘 한미은행은 올해 안으로 100개까지 지점 수를 늘릴 계획이다.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닷컴기업에 지불하고 있지만 벌어들이는 이익이 비용을 능가하기 때문.
하루 평균 2억2000만 페이지뷰와 가입자수 2400만명의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한미은행 사이버지점에서는 매일 70∼80건의 신규대출이 일어난다. 직원수가 20명에 가까운 오프라인지점에서 보통 하루에 3, 4건의 신규 가계대출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20배에 이르는 놀라운 실적이다. 한미은행 인터넷뱅킹팀 김동수 대리는 “사이버지점 운영에 드는 비용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효과와 상관없이 지출되는 광고비와는 달리 실적에 비례해 약간의 수수료가 나가므로 훨씬 이익”이라고 말했다.
사이버지점 8개를 보유한 삼성캐피탈 역시 지난 5개월간 인터넷으로만 300억원의 신규대출을 기록해 올해말까지 15개를 추가 개설키로 결정했다.
이 밖에 서울은행과 국민카드가 이달 15일 각각 천리안과 야후코리아에 사이버지점을 개설했으며 삼성카드 현대증권 삼성화재 신한은행 삼성생명 LG화재 LG캐피탈 주택은행 국민은행 제일은행 등도 인터넷포털에 사이버지점망을 운영하며 네티즌 고객층을 끌어들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화재 김대호 과장은 “자체 홈페이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네티즌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기로 했다”면서 “매출도 늘지만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두가 승자〓사이버지점이 확대되는 건 무엇보다 금융기관과 닷컴기업이 모두 이익을 거두기 때문이다.
먼저 닷컴기업이 대신 영업을 뛰어주는 금융기관은 ‘앉아서’ 손쉽게 실적을 올릴 수 있다. 또한 네티즌들이 사이버지점을 광고로 인식하지 않고 금융콘텐츠로 인식해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으며 사이버회원 수 증가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다는 평가다.
반면 수익모델 부재로 고민하는 닷컴기업은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가능한 데다 시장에서 알아주는 유명 금융기관을 자신의 사이트에 유치함으로써 회사 이미지가 올라가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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