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식 공개땐 불이익 없다"…李금감위장 밝혀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44분


과거 회계분식 내용을 스스로 공개하면 한시적으로 대출회수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분식회계 대책이 정부내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내용을 공개하더라도 채권은행으로부터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감춰졌던 부실이 드러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지더라도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고금리를 적용하지 않도록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에 권고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이달 초 “외부감사 대상기업은 회계감사 기준이 까다로워져 흑자가 줄어들어 신용등급이 떨어지더라도 회계감사때 ‘적정했다’는 의견을 받는다면 금리상향, 대출한도 축소 등 제재를 연말까지 미룬다”는 방안을 발표했었다. 산업은행은 또 기업이 그동안 제출한 회계분식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 강병호(姜柄皓)부원장은 이에 대해 “금감원이 채권은행단에 권고할 수 있을 뿐, 실제 적용여부는 각 은행의 판단에 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위원장은 그러나 과거 분식회계를 공개할 때 일절 책임을 묻지 않는 사면(赦免)문제는 “당사자 형사처벌 및 민사소송, 처벌의 형평성, 세금 부과문제 등까지 고려해야 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감위는 정부의 분식회계 근절대책을 26일 대통령 업무보고 직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회계전문가와 기업 회계담당자는 금감위 방침에 대해 “정부가 낸 고육책이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라는 반응을 보였다.

석유화학기업 회계담당자는 “기업으로선 분식규모를 공개해서 얻는 이익과 불이익을 철저히 따질 수밖에 없다”며 “어느 기업이 먼저 ‘내가 분식했다’고 고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회계연구원 윤승준팀장은 “동아건설처럼 7000억원대 분식을 고백한다면 은행권에서 정부 권고대로 대출회수없이 1년간 유예할 수 있겠느냐”며 “경영자와 회계법인이 적정수위를 조율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세대 주인기(朱仁基)교수는 “과거 분식행위를 용서하는 것은 ‘과거의 진실’은 밝히겠지만 장래의 투명회계를 보장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세자에게 이제까지의 탈세행위에 면제부를 준다고 해서 앞으로 탈세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논리다.

<김승련·이나연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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