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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8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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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담보로 받은 삼성생명 주식을 임의매각하고 필요할 경우 법정대응키로 결정했으나 매각 과정으로는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최근 현실적 방안으로 채권단과 삼성측이 1999년8월 체결한 합의서를 수정, 삼성측과 재협상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빛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18일 “임의매각 방식은 일시 중단됐으며 삼성측과의 협상을 위해 합의서를 수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표류하는 처리 방안〓채권단은 올 1월말까지 삼성생명의 주가를 평가해 매각할 주간사를 선정하고 삼성측에 기존 합의서 이행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 이를 거절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도록 채권단간 이견으로 75% 이상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KPMG와 아더앤더슨 중 매각사도 선정하지 못했다. 이는 임의매각 자체에 대해 채권단 내부에서도 의견을 통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보증보험의 한 임원은 18일 “주식시장이 나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매각하면 채권단만 손해를 본다”며 “임의 매각하더라도 2조4500억원에 미달할 경우 삼성측으로부터 추가로 손실을 보충받는 약속을 얻어내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불거지는 현실론〓그러나 삼성측은 이건희회장이 사재출연한 350만주 외에 50만주를 더 내놓을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채권단 내부에선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삼성계열사로부터 2조4500억원을 다 받아내기 어려운 만큼 삼성측으로부터 한푼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합의서 자체를 수정하자는 것. 한빛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삼성측으로부터 주식 등을 더 받는 조건으로 나머지 삼성 계열사에 대한 연대채무 의무를 없애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삼성에 대한 법적 대응은 피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 경제상황이 나쁜 상황에서 채권단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채권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빛은행이 삼성과 주거래 관계여서 그런지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합의서가 있는 만큼 법적 소송 등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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