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동행

  • 입력 2001년 3월 16일 19시 06분


◇40년간 누워지낸 수녀

"난 축복받은 사람"

축복이란 무엇입니까?

열살 남짓한 나이에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려 이후 40년 동안 누워 지낸 한 여인에게 축복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 몸을 갖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냄새맡을 수 있고, 고개를 저을 수 있고, 등을 45도 각도정도 구부릴 수 있고, 두 팔을 반 정도 사용할 수 있고, 다섯손가락을 건강한 사람의 반 정도 사용할 수 있고, 두 다리를 5㎝ 가량 들어올릴 수 있을 뿐입니다.

그 몸으로 그녀는 화가가 됐고, 또 작은예수수녀회의 원장 수녀가 됐습니다. 배를 타고 마라도까지 여행하고 비행기를 타고 바티칸까지 날라가 교황을 알현하기도 했답니다. 그 몸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 것입니다.

그녀는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 몸 그대로를 선택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 불편한 몸을 말입니다.

절망 속에서 솟구쳐 나온 용기가 있기에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진실된 기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항상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사람은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장애인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일들을 하나씩 도전해가며 장애인들과 희망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녀는 하느님이 이 몸을 통해 축복이 어떤 것인지 드러내기 위해 자신을 선택했다고 믿습니다. 축복된 삶은 이런 거라고 말합니다. ‘세상적으로는 두 번 다시 살고 싶지 않은 그 삶 속에서, 세상적으로 드높여지는 그 어떤 삶 속에서도 건질 수 없는 보화를 찾아냈습니다.’

그녀의 삶은 깨달은 삶입니다. 그 삶을 보며 전율을 느낍니다. 저도 오늘만큼은 조용히 무릎꿇고 그 누군가를 향해 기도를 올리고 싶습니다. 내일 각박한 세상 속에서 오늘 이 순간을 잊는다 해도.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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