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이수창/의식부터 바꿔야 교통사고 준다

입력 2001-03-16 18:38수정 2009-09-21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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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어떤 경찰서장 한 분이 가족을 잃는 불행을 당했다.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그 충격으로 평생을 교통사고와의 전쟁에 몸바치기로 결심한 그 경찰서장은 밤낮 없이 사고예방에 매달렸다. 그 분이 서장으로 부임하는 지역은 한결같이 교통사고 발생률이 뚜렷이 줄어들었다 한다.

교통사고는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교통사고는 으레 있기 마련이라는 식의 자포자기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교통선진국에서는 어떤가.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 자전거 운전면허증을 따게 한다. 그 과정에서 교통신호 체계라든가 준법정신, 질서의식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프랑스 유치원에서는 세발 자전거 운전면허증을 따게 한다. 이 면허증은 모양은 어른들의 운전면허증과 똑같다.

잘 사는 나라의 많은 도시에서는 교차로에 몰래카메라를 만들어 사고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거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때 분쟁해결에도 결정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호주나 캐나다 등 웬만한 선진국에서는 자동차들이 운행 중에 횡단보도 앞에 오면 보행자가 있든 없든 일단 멈추는 수가 많다. 특히 학교 앞에서는 철저히 서행한다.

지난해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우울해진다. 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1만236명. 99년보다 9.4%가 늘어났고 특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998명에서 1217명으로 무려 18.4%나 증가했다.

하루에 28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음주운전 때문에 사망한 사람은 전체의 10%가 넘는다.

한 달에 1000명에 이르는 국민이 도로 위에서 예기치 못한 참사로 숨져가고 있다. 연간 10만명 이상이 후천적 장애인이 되고 있다는데도 우리 사회의 반응은 무덤덤한 것 같다.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교통사고는 당연히 발생하게 돼 있다”는 잠재의식이 우리에게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교통사고는 천재(天災)가 아니고 인재(人災)다. 통계를 보면 선진국일수록 교통사고 발생률이나 사망자 수는 눈에 띄게 낮다. 같은 나라에도 교통사고율은 지역마다 큰 편차를 보인다. 이 같은 결과는 그 나라,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안전의식이나 제도,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안전띠만 해도 그렇다. 이것을 매면 확실히 안전한데도 만용을 부려서인지 안 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시속 50㎞로 달리는 자동차에 몸무게 50㎏인 사람이 안전띠를 매지 않고 뒷좌석에 타고 있을 때 이 차가 급정거하면 그 사람의 몸뚱이는 용수철처럼 앞쪽으로 튀어나간다. 이 때의 충격은 1t에 달한다는 것이 실험 결과 입증됐다. 그 사람의 이마가 1t의 힘으로 앞 유리를 들이받거나 앞 사람의 뒷머리와 부딪힐 때는 거의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88올림픽을 전후해서는 안전띠 매기 캠페인 덕분에 착용률이 90%를 넘었는데 요즘은 다시 20% 이하로 떨어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낮은 개도국일수록 안전띠도 잘 매지 않고 교통법규도 잘 안 지키며 거기에 비례해서 교통사고율은 높다. 아무리 수출을 늘리고 소득수준을 높여도 교통사고를 줄이지 않는 한 그 나라는 영원히 개도국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수창(삼성화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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