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융권에 '외국인 입김' 세진다

  • 입력 2001년 3월 15일 18시 38분


“국민은행장이 국민·주택통합은행의 행장(CEO)이 돼야 한다”(헨리 코넬 골드만 삭스 상임이사).

“한미은행의 지배구조를 이사회와 집행부로 변경해 신동혁 행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새 행장은 젊고 유능한 사람을 영입하겠다”(칼라일아시아 관계자).

“계열사에 자금지원을 거부하는 일은증권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열겠다”(KOL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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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은행 증권 보험 등 국내금융기관에 투자한 외국인 대주주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투자목적이 ‘경영권보다는 투자수익’이라고 강조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지분을 확보하자 투자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주주권을 행사해 경영에도 참여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하고 있다.

▽확산되는 외국인의 국내 금융기관 지배〓현재 외국인 대주주가 있는 금융기관은 은행 5개, 증권 5개, 투자신탁·자산운용 6개, 보험 2개등. 갑작스럽게 ‘행장교체’가 불거져 나온 한미은행은 칼라일이 40%를 장악하고 있다.

최근 임원에 대한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부여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제일은행의 대주주는 뉴브리지캐피탈(지분율 51%)이다. 7월초부터 합병되는 국민은행은 골드만삭스가 대주주이며 주택은행은 ING베어링이 정부에 이어 2대 주주다.

증권회사 가운데는 굿모닝 KGI 서울 리젠트 메리츠증권의 1대주주가 외국인이다. 투자신탁업계에도 대신 동원BNP 주은 한화투자신탁운용등이 외국인 주주를 갖고 있다.

앞으로도 서울은행이 상반기중에 해외에 매각될 예정이며 공적자금이 투입된 조흥 한빛은행도 주가가 회복되면 해외에서 DR(주식예탁증서)을 발행할 계획이어서 외국자금의 국내금융기관 지배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외국인 주주권 행사 늘어난다〓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은 통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들어 일부 외국투자자들이 현대전자나 국민·주택은행의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파는 것처럼 맘에 들지 않을 때는 주식을 처분함으로써 잘못된 경영의 책임을 묻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지난해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서 타이거펀드가 계열사간 자금지원등을 문제삼았던 것처럼 주주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주주권 행사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액츠투자자문 정진호 사장은 “외국인이 처음 투자할 때는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때는 주주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한 외국증권사 서울지점장도 “투자수익을 목표로 들어온 외국자금도 주식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져 손실을 입고 있는만큼 기업의 내재가치를 높여 주가를 회복시키기 위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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