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美 신경제 이끄는 CEO 6인의 진단

  • 입력 2001년 3월 13일 18시 43분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자기 혁신으로 미국의 신경제를 이끌어왔던 주역들이 미 증시 폭락에 놀라 경제 전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지는 12일 특집기사를 통해 나스닥 최우량 기업의 경영자들이 미국 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집중분석했다.》

▼경기침체론▼

▽크레이그 배럿(인텔 최고경영자 겸 사장)〓미국 경제의 제조업 분야가 ‘쇼크’ 상태에 있다. 극도의 하강 내지는 불황 국면이다.

제조업이 제대로 돌아가야 경제가 산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기술은 결코 후퇴하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운 제조 기술과 신상품의 개발을 위해 연구 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불황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신상품의 개발밖에 없다. 기술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산업을 의미하는 것이다.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는 호황이나 불황에 관계없이 이뤄져야 한다. 신기술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투자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

▽크리스토퍼 갤빈(모토롤라 회장 겸 최고경영자)〓통신장비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 신경제의 모든 분야가 하강 국면이다. 문제는 첨단 기술분야의 후퇴가 경제 전반에 어떤 충격을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분야의 불황이 계속되면 미래의 한 시점에서 경제 전체에 극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경제를 섣불리 전망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임의 비용을 줄이고 투자계획을 수정해 그 규모를 축소시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지난해 3·4분기부터 해온 비용과 인력 감축작업을 필요하다면 올 3·4분기까지 계속해야 한다.

▼신중론▼

▽마이클 룻거스(EMC회장)〓지금의 미 경제는 매우 혼란스럽다. 자동차 판매와 건설 경기는 활황이다. 자동차 산업으로부터 민감한 영향을 받는 중부나 시카고 지방은 신형 포드트럭들이 도로를 메우고 있다. 미 경제 자체보다는 증권시장에 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EMC는 지난해부터 예산 지출 과정을 1년단위에서 월단위로 바꿨다. 경기가 불투명한 만큼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연착륙이나 경착륙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전개되는 경제 상황을 보아가며 발빠르게 대처하는 게 더 중요하다. 미 경제는 앞으로 6개월간 하락하고 다시 6개월간 상승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다지 회의적이지는 않다.

▽스코트 크리언스(주니퍼 네트웍스 회장)〓미국 경제는 현실에 맞춰 재조정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예상했던 것만큼은 좋지 않지만 지금 보여지는 것처럼 나쁘지도 않다는 생각이다. 뜨거웠던 주식시장은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 현실 경제로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은 도전받고 있다. 기술개발의 최전선에 있던 사람들이 지금은 앞으로 나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시장에 신기술을 내놓은 회사만이 고객을 찾게 될 것이다. 현 경제의 새로운 규칙은 바로 과거의 규칙이다. 훌륭한 상품이 고객을 만족시키고 회사 재정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러면 돈이 돌고 경제는 강해지는 것이다.

▼기회론▼

▽제임스 밴더슬라이스(델 컴퓨터 사장)〓경제가 하강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생각보다 하강속도가 빠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계는 일년전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

사실 강한 회사는 정말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윤을 낼 수 있다. 델 컴퓨터는 지난해 비용 절감과 원가 절하를 통해 힘든 경제 여건에서 이윤을 창출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최대의 기술과 최적의 가격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술의 발전적 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비용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 미 경제는 올 상반기 매우 하락했다가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여진다.

▽리처드 벨루조(마이크로소프트 사장)〓지금 우리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기회를 맞고 있다. 잠재적으로 성장을 준비하기 위해 힘을 최대한 모으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경제하강도 경험하고 있다. Y2K 문제와 닷컴 열풍 등이 뭉쳐 부정적인 경제 환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온라인 산업에 영향을 미친 닷컴 기업의 문제는 광고 수입이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자본 확장을 위한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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