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외정책 갈팡질팡하는 이유?

  • 입력 2001년 3월 11일 18시 53분


어제 귀국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이번 방미(訪美) 과정을 통해 우리의 대외정책 특히 대북(對北)정책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에서 즉흥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김 대통령은 9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북한과 평화협정이나 평화선언을 채택하는 대신 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에 기초한 긴장완화방안을 집중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김 대통령이 출국하기 약 일주일 전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냉전 종식을 위해 평화협정 또는 평화선언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고 한 발언과 완전히 다르다.

김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번복은 남북한 평화협정이나 평화선언에 대한 미국측의 거부감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그런 미국측의 분위기를 사전 예측하거나 조율하지도 않고 정상회담에 임했다는 것인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미국만을 상대로 평화협정을 맺겠다는 북한의 속셈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데 우리 쪽에서 불쑥 평화선언과 평화협정 얘기를 꺼냈다가 갑자기 거둬들이는 모양새는 말이 아니다.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에 대한 정부의 태도도 오락가락했다. 그동안 NMD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엄밀히 따져보면 ‘반대’쪽에 더 가까이 있는 듯했다. 외교부는 한―러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포함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조약 관련 내용도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표준 문안’을 그대로 인용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이번 방미기간 중 한국은 NMD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ABM조약 문구는 한―러 공동성명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았다”는 등 사실상 사과성 발언을 했다.

김 대통령의 이번 방미를 위해서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장관이, 그리고 뒤이어 외교 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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