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국내증시 정석투자 안통한다"

  • 입력 2001년 3월 6일 18시 54분


국내 최고 수준의 한 펀드매니저가 “국내 주식시장은 내재가치에 근거한 정석투자로는 수익을 얻기 힘들다”고 주장,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6일 설립된 굿모닝투신운용의 강신우대표는 이날 창립기념식에서 “국내 증시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변동성이 크고 외국인투자자들도 점점 대세(모멘텀)에 따라 투자하고 있다”며 “저평가된 종목을 잘 골라내는게 능사가 아니고 시장상황이나 심리에 따른 투자전략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들이 보통 ‘매수후 보유(바이앤드홀드)’라는 전통적 투자방법을 고수하는 점에 비춰볼 때 강사장의 발언은 ‘이단아’적인 자기고백인 셈.

▽국내 증시의 특징은〓미국 S&P지수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세와 같이 상승했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는 90년 이후 한국의 GDP가 꾸준히 늘어난 것과는 달리 널뛰기 양상을 보였다. 또 90년 이후 10년간 연평균 채권수익률은 13.3%였지만 주식수익률은 8.4%에 그쳤다.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61%는 주가가 종합지수의 흐름에 따라 요동쳤다. 시장이 침체되면 주가도 여지없이 하락했다. 반면 미국은 작년에 S&P지수가 10.1% 떨어졌지만 97개 업종중 절반 가까운 43개 업종은 상승했다. 분산투자했다면 이익을 볼 수 있었다.

이밖에 국내 증시는 변동성이 미국보다 2배정도 크다.

이상이 강대표의 국내 증시 진단이다. 외국계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도 강대표와 입장이 거의 같다. SSB는 최근 “아시아국가들의 GDP 증가율은 주당순이익 증가율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개선될 기미는 있나〓국내 증시에서 정석투자로 승부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먼저 부채가 너무 많아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늘어나는 것을 막고 있고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게 공통된 지적이다.

또 대외의존적인 경제구조가 경기순환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증시도 이에 따라 춤을 추는 식으로 반응한다. 증시규모도 적어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고나는 것에 따라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강대표는 “최근 소액주주들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기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늘어나고 있고 부채도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며 “기업들도 수익성을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 자기자본수익률도 개선되고 있다”고 낙관했다.

▽증시에 어떻게 대응할까〓국내 증시구조가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은 내재가치분석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게 강대표의 지적이다. SSB도 아시아지역에서는 ‘바이앤드홀드’전략이 먹히지 않는다고 인정하고 있다.

강대표는 “아시아지역 증시는 여전히 ‘카지노장세’ 같기 때문에 유동성과 투자심리를 중시하는 전략과 내재가치를 우선하는 전략을 적절히 섞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SSB도 성장주와 가치주를 상황에 따라 수시로 교체하는 역동적인 투자전략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굿모닝투신운용 나홍규기업분석팀장은 “언제 경기가 바닥을 찍고 돌아설지를 단언하기 어렵지만 국내 증시에 유동성은 계속 보강될 것이므로 증권주가 좋아보인다”며 “삼성전자와 포항제철 호남석유 등을 선취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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