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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6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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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리츠가 도입됐을 때 리츠회사들이 투자자를 모으려고 선전할 문구들이다.
과연 이같은 주장을 믿을 수 있을까. 혹 과장된 수익률 계산법을 적용하지는 않았을까. 경영진이 자산을 투명하게 운영할까.
‘전문가’들이 제시한 선전문구에서 개인 투자자가 허점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리츠 조기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큰 과제는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시장 시스템’. 그래야 리츠의 매력인 ‘안전성’이 보장된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와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민간 부문에서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리츠회사와 투자자, 자산운용자, 리츠주식 발행 증권사 등 리츠 참여자 스스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투명한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는 얘기다.
▽리츠회사 내부 투명해야〓리츠 선진국인 미국도 80년대 중반까지는 리츠회사 경영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회사 경영진이 유망한 부동산을 몰래 매입해 자신들의 배를 채운 것. 이 때문에 운용중인 부동산에서는 수익이 제대로 나올 수 없었다. 리츠의 부실과 대거 파산으로 이어졌고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정착된 것이 사외이사제도와 이사회의 감시기능의 강화다. 뉴욕의 자산유동화 전문 법률회사 ‘브라운 앤 우드’의 이권변호사는 “리츠회사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부동산을 살 때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리츠 경영진은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망하면 경영진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책임경영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리츠회사에 일정 지분을 출자한다.
연간 5억달러 이상 리츠에 투자하는 ‘에이비엔(ABN)암로’ 부사장 낸시 홀랜드는 “경영진의 지분이 8% 이상인 리츠회사에만 투자한다”고 말했다. 경영진에 대한 인센티브 시스템, 즉 리츠 운용수익률이 높을 때 경영진에 보상을 하는 리츠회사도 ABN암로의 선호대상.
이처럼 투명성을 높이려는 리츠회사들의 노력은 정부 간섭으로 이뤄진 일이 아니다. 신뢰를 얻지 못한 회사는 투자자로부터 버림받는다는 철저한 ‘시장원리’에 따른 것이다.
▽이중, 삼중의 검증체계〓리츠가 주식을 발행해 돈을 모을 때는 투자자들에게 ‘취지서(Prospectus)’를 제시한다. 여기엔 경영진, 재무회계 상태, 투자대상, 운용방식 등 리츠회사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대형 서적 몇 권 분량이다. 회사를 낱낱이 공개하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리츠회사 스스로 취지서를 만들지 않는다. 리츠주식 발행을 맡는 증권회사와 법률회사가 직접 간여해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 증권당국은 이같은 과정을 거친 취지서를 최종 검토할 뿐이다.
브라운 앤 우드의 제임스 오코너 변호사는 “리츠회사 경영진을 면담해 개인의 재산상태까지 추적한다”고 말했다. 분석을 잘못한 법률회사와 증권회사는 투자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기 십상인 까닭이다. 심지어 취지서를 찍어내는 인쇄업체까지 리츠회사 검증에 관여한다.
미국 최대 법률회사로 꼽히는 ‘데베보이스 플림튼’ 임병권변호사는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투자손실의 책임을 스스로 지든 지, 투자정보를 제공한 증권사나 법률회사에 문제를 제기한다”며 “이같은 시장원칙이 리츠정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객관적 수익률분석 자료 및 시스템 절실〓리츠회사가 제시하는 수익률은 객관적이고 섬세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A빌딩에 투자한다고 할 때, 해당 빌딩의 임대수익, 공실률(空室率), 수입내역, 영업경비, 임대방식, 자산가치 등 자세하고 정확한 자료가 있어야 리츠회사가 제시한 수익률을 투자자들이 믿고 돈을 맡길 수 있다.
미국은 부동산수탁자협회 전미리츠협회에서, 일본은 일본부동산연구소 스미토모신탁 등에서 이같은 자료를 축적해 객관적인 부동산 투자수익률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의 현실은 아직 어둡다.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가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연간 부동산 거래건수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수익률분석을 위한 정확한 자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국의 리츠는 거품과 투자자 피해, 몰락의 길을 걷게 될 수밖에 없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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