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뒷이야기]핸디캡 악순환론

  • 입력 2001년 3월 5일 17시 11분


철없던 10대와 혈기 왕성했던 20대에는 겨울이 참 좋았습니다. 눈송이 날리는 밤, 맥주 한잔 하면서 듣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Loving you is easier than anything…”, 그리고 아무리 추운 삭풍도 이길 수 있는 열정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따뜻한 봄이 오기를 갈망하고 살아왔습니다. 이번 겨울은 특히나 지겹게 느껴집니다.

그렉 노먼은 십수년간 해마다 정초이면 신년도의 소망 리스트를 작성한다고 합니다. 그가 벌여 놓은 수많은 사업들이 신년에 잘되길 바라는 순서로 리스트를 만듭니다. 그 많은 노먼의 소망 리스트에서 해마다 부동의 넘버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The Masters 우승” 이라고 합니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나름대로 신년 골프에 대해 생각하면,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항상 소망이 있을 것입니다. 예컨데, 드라이버의 비거리가 작년보다 좀 더 늘기를 바란다든지, 신년에는 수입이 늘어서 좀 더 부담 없이 자주 라운드를 나간다든지… 그런 것 말입니다. 그런데 결국 이 같은 <아마 골퍼의 신년도 소망 리스트>가 있다면, 대개의 경우 그 첫번째 소망 사항으로 꼽히는 것은 아마도 <핸디캡 줄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드라이버의 거리를 늘린다든지, 신년엔 쓰리퍼팅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든지, 아니면 방향성을 확실히 잡겠다… 이런 소망群들의 궁극적인 종착역은 역시 <핸디캡을 확실하게 줄이자>는데 있는 것이니 만큼, 골프의 기량 측면에서 그보다 상위 목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은 이미 輕수필이 되어 버린 느낌입니다만, 쓰는 김에 계속 쓰겠습니다. 저는 이미 골프 경력이 십년이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대학 때 교양 체육 시간에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까지 계산한다면 물경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십수년이 되어 버렸습니다. 정식으로 채를 잡고 스코어나 기량을 의식한 것은 7,8년이 되었고, 그 중간에 공백기간이 있었으나 족히 4~5년은 되었습니다. 한때 확실한 80대 중반의 골프를 구사한다고 생각된 적도 있었으나 최근 2년 동안은 매우 빈번하게 90개를 <몰아치는> 골프로 전락한 느낌입니다.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고 골프장이 혹한기 폐장을 하게 되면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금년 골프도 이제 종쳤군. 벌써 이렇게 되었나? 돌이켜 보면 참 한심해. 스코어를 줄이려고 생각만 했지 실제로 노력한 것은 없지 않나… 이러다가 보면 평생 이 실력으로 살아갈텐데… 뭐 좋은 방법이 없나?” 요 따위 생각 말입니다.

몇 년을 그렇게 생각하다가 드디어 다음과 같은 대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 결론을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립니다. 제가 수년을 고심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것입니다.

<한겨울 연습이 없으면 핸디캡의 발전은 결단코 없다> 라는 것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만 대개의 경우 들어 맞는 말일 것입니다.

매우 일반적인 아마추어 골퍼의 악순환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겨울… 날씨가 엄청 춥습니다. 집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거나 퍼팅 매트에서 연습을 하거나 그립을 잡고 거울을 보며 스윙 연습을 하는 사람은 양반에 속합니다. 대개의 경우 잘해야 일주일에 연습장 한두번 나갑니다. 그것도 날이 좀 따뜻해 지는 주말 오후에 나갑니다.

봄이 옵니다. 날이 풀리니 기다렸던 골프장으로, 골프장으로 전진 또 전진 합니다. 겨우내 얼어 붙었던 마음이 풀리지만 몸은 풀리지 않습니다. 마음이 덩달아 추워집니다. 처음 한달이야 공백기를 고려하여 자위 합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4월이 오고 5월이 와도 스코어가 줄어 들지 않습니다. 마음이 급해지고 내기에서 나가는 돈 또한 많아지면서 자책이 시작됩니다. 겨우내 뭐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뒤늦게 연습장도 다니게 됩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때가 아주 늦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딱히 많은 연습을 하지 않으면서 필드에 좀 나가면 스윙 리듬을 찾겠지…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여름이 옵니다. 스윙이 제 리듬을 찾기 시작합니다. 작년의 감각을 느끼게도 됩니다. 그러나 날도 덥고 휴가도 다녀 와야 되고, 골프장은 만원입니다. 감각은 느끼게 되지만 스코어는 크게 줄지 않습니다. 필드에서 플레이를 하면서도 스스로 스윙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대개의 경우 혼자만의 노력으로 고치려 합니다. 대개 채를 부러뜨리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요 무렵입니다.

가을… 골프 치기 딱 좋게 됩니다. 열심히 연습하고 치고 스코어도 줄어 들 기미를 보입니다. 앗! 찬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필드는 누렇게 변해 갑니다. 나는 내 골프의 최상의 라운드를 한 두번 경험합니다. 뭔가 될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찬 바람이 불면서 겨울이 오고 맙니다.

이 같은 싸이클의 악순환이 저에게 계속 되었습니다. 적어도 지난 몇 년간은 그랬습니다.

겨울 골프 연습의 중요성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시간을 벌자는 것입니다. 滿秋 때 절정에 이르렀던 샷 감각을 겨우내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 유지한 골퍼는 봄이 되어 필드에 나가면 몇 번의 라운드만 하게 되더라도 필드 감각을 되찾게 됩니다. 샷 감각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그가 필요한 것은 오로지 필드 감각입니다.

그러나, 겨울동안 연습을 소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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