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맛있는 수다]빙어튀김이 있는 한 몬도가네가 돼도 좋다!

  • 입력 2001년 3월 5일 14시 07분


오늘은 오랜만에 시댁에 갔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한참 시댁에 안 갔더라구요. 뭐, 꼭 일주일에 한번이라든가, 한달에 두 번이라든가 이렇게 정해둔 건 아니지만 자주 찾아뵙지 않으면 제 속도 편하질 않으니 자주자주 찾아뵙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일이죠.

전 시댁에 가면 정신건강뿐 아니라 몸보신도 하고 와요. 저희 시아버님은 절 보면 꼭 회를 먹으러 가자고 하시거든요. 왜냐... 결혼하기 전에 신랑 식구들과 식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꽤 신경이 쓰이는 자리였는데 하필 그날 메뉴가 "회"였습니다. 회라면 사족을 못쓰는 전 "우아하지만 배고픈 여자"가 될 것이냐, "먹는 것만 보면 눈 뒤집히는 여자"가 될 것이냐의 기로에 서게 된 거죠. 결국 체면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아구아구 회를 먹었고 그게 너무나 인상적(?)이었는지 그 날 이후 저희 아버님 머리 속엔 "음...쟨 회를 너무 좋아해!!!"라고 입력되었답니다.

그런데 오늘은 회와 함께 새로운 별미를 찾지 않았겠어요? 바로 빙어튀김!

빙어하면 "6시 내고향"이나 아침 방송 같은 데서 리포터들이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먹던 바로 그 생선 아니겠어요? 은빛으로 빛나는 조그맣고 팔딱거리는 빙어를 초고추장에 찍어 그대로 입에 쏙! 으아∼그 장면만도 끔찍한데 "오우! 정말 맛있네요..."하며 입맛을 다시는 걸 보며 전 정말 그 리포터들에게 오만 정이 다 떨어졌었죠. '저 여자 프로의식이 강한 거야? 타고난 몬도가네야?' 생각하면서 말이죠. 살아있는 걸 통째 입에 집어넣는다는 게 영∼비위에 안맞았거든요. 회라면 미치는 여자가 이런 소릴하는 것도 우습지만.

아무튼 그래서 전 빙어라는 생선에 대해선 연민이랄까, '쪼그만 게 참 안됐다...'하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빙어튀김을 먹어보곤 '나두 그냥 몬도가네 할란다!'로 바뀌었답니다. 그야말로 뼈까지 통째 튀겨낸 건데 하나도 딱딱하지 않고 고소한 것이 정말 맛있더라구요. 물론 살아 펄떡거리지 않으니 징그럽지도 않구요.

원래는 살아있는 것을 금방 튀겨야 더 맛있다는데 (왜 빙어는 그렇게나 "살아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저희 어머님 말씀이 "횟집에서 죽은 빙어들만 골라서 튀김으로 만든다..."고 하시네요. 차라리 속 편해요. 작은 것들이 발악을 하며 뜨거운 기름에 퐁당퐁당 빠지는 걸 상상하면 그 고소한 맛이 좀 덜할테니 말이요. 빙어의 최후는 아무리 생각해도 끔찍하죠?

하긴 어디 빙어뿐이겠어요? 곰 발바닥이니, 원숭이 뇌, 제비집, 상어 지느러미, 뱀 등등 인간이 먹어치우는 대상에는 한계가 없으니까요. 보신관광 같은 걸 떠나서 별 요상한 걸 다 찾아먹는 우리나라 아저씨들을 정말 창피하게 생각하며 "저거 먹구 얼마나 오래 살겠다구 저래? 저런 사람들은 나중에 다 곰이나 뱀으로 태어나서 똑같이 당해야 돼!" 라고 주장하던 저는 오늘 빙어튀김을 먹고 조금 자신이 없어졌어요. 그것들이 혹시 정말로 맛있는 건 아닐까? 한번 먹고나면 평생을 못 잊을 맛은 아닐까?...궁금해졌거든요. 그만큼 오늘 빙어튀김은 맛있었답니다.

***빙어튀김 만드는 법***

재 료 : 빙어 10마리, 녹말가루 1/3컵, 설탕 1큰술, 식초 1큰술, 소금, 물

만들기 : 1. 빙어는 비늘을 긁고 내장을 꺼내 깨끗이 씻는다

2. 씻어놓은 빙어에 소금, 후추가루를 뿌리고 녹말가루를 묻혀 160℃에서 파삭하게 튀긴다

3. 설탕, 식초, 소금, 물을 섞어 초장을 만든다

ps. 요리법을 찾아보니 빙어를 아무 생각없이 튀겨버리는 건 아니네요. 나름대로 비늘도 긁고 내장도 꺼내고...다른 생선요리처럼 밑손질이 필요한 거였어요. 조금 안심이 됩니다. 전 역시 몬도가네는 아니었던 거예요...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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