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6년전으로 돌아간 일본물가…17개월 연속 하락

  • 입력 2001년 3월 2일 18시 32분


‘엄청 쌉니다’ ‘너무 싸서 놀라셨죠’….

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일본의 도쿄(東京) 중심가에 요즘 이런 간판이 부쩍 늘고 있다. 경기침체로 위축된 소비자들의 지갑을 겨냥해 상점이나 기업마다 앞다투어 가격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

가장 대표적인 예가 ‘100엔 상점’. 도쿄에 있는 ‘피카소’라는 불고기집은 갈비 불고기 등 30종류의 메뉴를 하나에 100엔(약 1100원)씩 판다. 오사카(大阪)의 ‘100엔 부티크’에서는 신사복이나 재킷을, 후쿠오카(福岡)의 ‘100엔 술집’은 튀김 등 40종류의 안주를 개당 100엔에 판다.

후쿠오카의 세탁소 ‘교쿠토’는 100엔만 내면 세탁물을 빨아준다. 시코쿠(四國)의 한 전철회사도 180엔 하던 구간요금을 낮시간대에 한해 100엔으로 낮췄다.100엔 상점의 원조격으로 전국에 1900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다이소의 ‘100엔숍’은 최근 도쿄 마치다역 앞에 대형상점을 내고 가격파괴에 앞장서고 있다. 여기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5만5000가지. 양동이 걸레 세제 책 등 100엔짜리 상품 이외에 배추 파 등 식품의 가격도 다른 곳의 절반이다. 1500엔 이상 사는 고객에게는 계란이나 우동을 1엔에 서비스하는 곳도 생겼다. 이 밖에 30분에 37엔 하는 노래방, 생맥주 한잔에 90엔 받는 맥주집도 있다.가장 재미를 본 곳은 맥도널드 햄버거. 일본 맥도널드는 지난해부터 평일 햄버거 가격을 반값인 65엔으로 낮춰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9.3% 늘어난 4311억엔(약 4조7000억원)으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의 1월 매출은 지난해 1월보다 각각 1.5%, 2.0%가 줄어 울상이다. 이들 역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세일이나 가격인하 행사를 하며 가격인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이러다 보니 일본의 물가는 1년5개월 연속하락해 6년 전의 물가를 밑도는 수준이다. 일본 총무성이 2일 발표한 2월 도쿄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2월보다 1.1%가 떨어진 99.9로 1971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대하락폭을 기록했다.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물가하락이 소비와 투자 위축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면 심각한 디플레이션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日주가 또 떨어져 엔화도 약세▼

일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닛케이평균주가가 2일 3.31%나 폭락해 1985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도쿄증시에서는 전날 미국 나스닥지수가 반등했는데도 불구하고 개장직후부터 하락세로 시작해 닛케이주가가 전날보다 419.86엔이나 떨어진 12,261.80엔에 마감됐다.

이는 85년 7월 31일 12,232.27엔을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이날 증시에서는 미국과 일본기업의 3월 결산기 업적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첨단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또 이날 발표된 실업률 상승과 물가하락 통계도 주가하락의 악재로 작용했다. 총무성은 1월의 완전실업률이 4.9%로 전후 사상최악을 기록했으며 완전실업자가 5개월 연속 전년 같은 기간을 웃도는 317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도쿄외환증시에서도 엔화약세가 계속돼 엔화환율이 전날보다 0.39엔 오른 달러당 117.85엔에 거래됐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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