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agazine]휴대전화 통화 범람

  • 입력 2001년 3월 1일 18시 36분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좀더 정확하게 말해서 휴대전화기의 전원을 꺼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기 직전에 기내를 둘러보면 그 사이를 못 참고 휴대전화기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화통화를 중간에 끝내기가 싫어서 전화기를 손에 든 채 마치 춤을 추듯 몸을 흔들어 겉옷을 벗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륙이 임박해지면 그 사람들의 말은 점점 빨라진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완전히 물 속에 잠겨버리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공기를 몇 모금이라도 더 마시려고 필사적으로 허우적대는 모습 같다.

마침내 비행기의 문이 닫히고 어쩔 수 없이 전화기를 꺼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들은 마치 자기 목을 스스로 조르라는 명령을 들은 사람들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이제 몇 시간 동안 정보고속도로와 완전히 단절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불안하게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사이버 세계와의 단절을 참지 못하는 것은 전화로 처리해야 할 아주 중요한 업무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들이 전화에 대고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자기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 금방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에 탔어. 지금 통로에서 내 자리 쪽으로 가고 있는 중이야. 잠깐만 기다려. 위의 짐칸을 열어야 하니까….”

혹은 상대방에게 이러저러한 물건을 이러저러한 사람에게 보내라고 지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계약서를 몇 장 복사해서 존하고 질한테 보내지 그래. 아마 메리도 계약서를 보고싶어할 거야. 팩스로 보내면 돼…. 아냐, 사람을 보내는 게 낫겠다.”

이들은 거대한 통신망에 중독된 ‘정보차단 공포증’ 환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정보화시대에는 통신망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곧 죽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사람들은 세계적인 위성네트워크, 실시간 주식정보, 즉석 메시지 전송 시스템 등에 연결되어 있을 때에만 이 시대를 지탱하는 생명력의 근원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데카르트가 요즘 사람들을 봤다면 아마 “나는 접속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비행기의 착륙시간이 다가오면 정보차단 공포증 환자들은 벌써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든다. 그리고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자마자 전원을 켠다. 걷잡을 수 없는 기쁨이 그들의 얼굴에 번진다. 마치 지하세계의 불쾌한 주문에서 간신히 벗어난 사람들 같다. 그들은 이내 전화기의 버튼을 누르고 몇 시간 전에 중단했던 대화를 다시 시작한다. “그래, 방금 착륙했어. 지금 안전벨트를 풀고 있는 중이야. 이제 짐을 내려야지….”

▽필자〓데이비드 브룩스(‘보보스’의 저자)

(http://www.nytimes.com/2001/02/25 / magazine / 25MACHINEAG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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