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희망의 정치'가 우선이다

  • 입력 2001년 3월 1일 18시 29분


김대중(金大中) 정부 3년이 지난 지금 많은 사람들이 ‘희망의 부재(不在)’를 얘기한다. 지역간 계층간 화해와 통합을 통해 국민의 에너지를 합일시키기보다는 갈수록 날이 선 듯한 적대적 대립과 갈등, 분열의 골이 깊어져 내일의 희망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이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존재의 위기’이다. 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 평가가 정부출범 1년째의 압도적 지지에서 최근 절반 이하로 떨어진 사실도 이 같은 분위기를 입증한다.

문제는 어떻게 위기의 본질을 통찰하고 바른 해법을 내놓느냐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대통령 취임 3돌 만찬에서 “지난 3년간 정치안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자인하고 정국 안정을 난국 타개의 핵심요소라고 강조했다. 여권이 주장하는 ‘강한 정부 강한 여당’은 정국안정을 위한 해법인 셈이다.

그러나 자민련과의 공조 복원에 이어 민국당과의 정책연합으로 국회 내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바로 정국 안정이요, 난국 타개의 해법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위기의 본질을 통찰하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본란에서 거듭 말했듯이 진정한 정국 안정은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총선 민의를 인정하고 야당과 대화와 타협으로 정국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야당의 ‘발목잡기’를 탓하기 전에 그동안 여권이 여야(與野) 상생정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가를 반성하는 것이 옳은 순서다.

그렇지 않고 수의 논리에 집착하는 ‘힘의 정치’로는 정국 안정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 이 점에서 여권 핵심은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의원이 엊그제 의원총회에서 말한 ‘강한 여당론’을 경청해야 한다고 본다. 조 의원은 “강한 여당이란 대야(對野), 언론, 국민에게 강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고 이 정부를 제대로 끌고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려되는 것은 현정권이 벌써부터 모든 정국운용의 목표를 정권재창출에 집중시키고 있지 않느냐는 점이다.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계기로 정권재창출을 위한 인위적 정계개편이 있을 것이란 정계의 풍설도 그치지 않고 있다.

반면 2월 말까지 완료한다고 공언했던 4대 부문 개혁은 미진하기 짝이 없다. 실업자는 다시 100만명을 넘어서고 빈부 격차도 커지고 있다. 미진한 개혁을 마무리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정권재창출은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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