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은한 가락, 부드러운 차향, 녹차의 깊은 맛을 즐겨요"

  • 입력 2001년 2월 27일 16시 51분


◇맛 좋고, 분위기 좋고, 몸에 좋은 '녹차' 즐기기:

Part3. 장안의 소문난 전통찻집 10곳

전통의 거리 인사동을 중심으로 우리 녹차와 전통차를 전문으로 하는 찻집이 늘어가고 있다. 주인의 차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녹차 한잔에는 마음까지 맑게 해주는 무엇인가가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는 장안의 소문난 전통 찻집을 찾아가 보자.

▽차 박물관 같은 독특한 인테리어가 인상깊은 곳-다예랑

얼마 전 개업 10주년을 맞이한 다예랑은 널찍한 매장 가운데 철길이 나있는 독특한 인테리어가 인상 깊은 곳. 국산 녹차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화개 지방의 녹차만을 사용하여 우전, 세작, 중작 등 종류별로 구비해놓고 있다. 요즘은 녹차 음식을 비롯한 간단한 음식도 메뉴에 넣어 식사에서 차 마시는 것까지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개업할 당시보다 일반인들의 녹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피부로 느낀다는 주인의 말처럼 주말에는 다예랑의 녹차를 찾아오는 20, 30대 손님들로 자리가 없을 정도.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한편에 마련된 녹차와 다기 전시 판매장. 주인이 직접 시음해보고 들여놓은 녹차와 갖가지 다구들이 정성스럽게 마련된 전시장에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다. 중간중간 금붕어가 노니는 돌항아리가 놓여있어서 더욱 싱그러운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굳이 차 박물관에 가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내용이 풍부하다. 바쁘지 않을 때 들르면 주인의 친절한 상담을 받아가며 용품을 고를 수 있을 듯. 위치는 압구정동 디자이너 클럽 옆. 문의 02-542-3663

▽한지공예를 하는 주인이 직접 만든 차의 구수한 맛-다경향실

2층으로 나있는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르면 이제는 낯설어진 미닫이문이 나온다.

10년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한 햇살에 부드러운 차향을 맡을 수 있다.

한지공예와 달력 등을 디자인하는 ‘치기획’을 운영하는 김성국씨가 주인인 다경향실은 녹차와 중국차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 오직 차만 취급하기 때문에 오픈된 주방 선반에는 다기들만이 빼곡히 늘어서 있는 모양이 인상적이다. 단골 손님이 주로 찾아오기 때문에 주인이 권하고 싶은 차와 다기들도 구비해놓고 판매하고 있다. 또한 치기획에서 만든 달력과 한지공예 작품도 인기가 좋은 상품이라고. 이곳의 자랑은 주인이 차밭에 가서 직접 만들어온 잎차. 소량씩 포장해서 판매(2만5천원선)하는데 그 맛을 잊지 못해서 찾아오는 손님이 꽤 된다고 한다. 메뉴는 차의 종류에 따라 나뉘는데 가격은 4천~5천원 정도. 위치는 인사동 통인가게 옆. 문의 02-723-3651~2

▽경인미술관 뜰에서 즐기는 전통차와 우리 차문화-전통 다원

소문난 전통찻집을 꼽을 때 빠지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83년에 문을 연 경인미술관의 부대시설로, 미술관이 안채라면 전통 다원은 사랑방인 셈. 전통 한옥의 멋스러움에 감탄하며 실내에 들어서면 오래 사용해서 반들반들 길이 든 나무 의자에 나지막한 테이블이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해 보인다.

내부에서는 경인미술관의 뜰이 고스란히 내다보이는데, 날씨가 좋은 날에는 뜰에 놓여있는 야외 테이블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 인사동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아서 오전 시간은 거의 외국인 손님이 대부분. 그래서 녹차도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일인용 다기를 준비해놓고 있다. 최근에는 왼쪽 홀을 미술 전시를 겸하도록 새롭게 꾸몄는데, 차를 마시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고. 가격은 3천5백~5천원 선. 위치는 인사동 경인미술관 내. 문의 02-730-6305, 02-725-4661

▽환한 햇살 받으며 집처럼 편안하게 차를 즐길 수 있는 곳-나누는 기쁨

법정 스님의 책제목이 너무 좋아서 그대로 따왔다는 ‘나누는 기쁨’.

그 이름처럼 푸근한 마음을 가진 주인이 정성스럽게 만들어주는 차 맛과 분위기가 좋아 찾아오는 손님들은 거의가 단골.

여느 찻집과는 달리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어서(그렇다고 요즘은 흔해진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단골이 아니고서는 차 한잔을 마시기 위해 가파른 계단을 3층까지 올라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주인 자매는 질 좋은 녹차를 고르고 철마다 유자, 모과, 매실, 대추, 오미자 등의 과실로 청을 만들고 차를 우린단다. 그런 정성은 일본 관광객들이 애용하는 책자에도 소개가 되어 일부러 찾아오는 일본 손님도 적지 않다. 특히 직접 만들어 자그마한 병에 담아놓은 유자청이나 모과청 등은 이들에게 인기 상품. 창으로 환하게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내 집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차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위치는 인사동 혜정병원 옆. 문의 02-720-8900

▽대학로 예술인들이 단골로 찾는 녹차 전문점-차가람

동숭동에서 녹차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전통찻집으로는 유일한 곳.

직접 만든 다기를 비롯한 차 관련용품 전문점인 ‘다산’을 함께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차에 관한 안목이 뛰어난 주인이 많은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차를 즐기기 위해 문을 연 찻집이다.

예술의 동네인 만큼 단골 손님으로는 박정자, 윤석화 등의 연극인, 라이브무대를 갖는 가수들이 많다고. 40대 주부들은 커피를 찾아도 20대 젊은이들은 다양한 맛의 녹차를 주문해서 마셔볼 정도로 관심이 많다고 한다. 초보자들에게는 즉석에서 마시는 방법과 다기 이름 등을 가르쳐 주는데, 원하면 간단한 다도 강좌도 실시한다. 잎차는 지리산 야생차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차 맛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데, 가격은 3천5백~4천5백원 정도. 특히 직접 만든 녹차 아이스크림으로 만드는 녹차 빙수와 녹차 쉐이크는 일년 내내 인기 상품. 위치는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 뒤쪽. 문의 02- 3672-5711

▽작은 갤러리 같은 분위기의 예술인 쉼터-판화방

관훈갤러리 휴식 공간으로 문을 연 ‘판화방’은 갤러리를 찾은 작가들이나 학생들이 모임을 갖거나 잠깐 쉬었다 가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하얗게 꾸며진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소박한 디자인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는 그리 넓지 않은 홀이 나온다.

벽면에는 액자들이 조명을 받으며 걸려있는데, 그래서인지 작은 갤러리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 처음에는 판화 작품만을 전시해서 이름도 판화방이라 지었다고 한다. 녹차, 전통차, 커피, 주스류 등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는데, 그 중 전통차는 직접 달여서 만들기 때문에 맛이 독특하다. 다른 전통찻집과는 다르게 모던한 인테리어에 음악 역시 클래식만 틀어주기 때문에 학생들이 스터디 공간이나 서클 모임 장소로 많이 찾는다고. 밝고 조용하면서 아늑한, 마치 유화 속의 한적한 찻집과 같은 분위기가 장점이다. 위치는 인사동 한양화랑 골목 안 관훈갤러리 옆. 문의 02-738-0526

▽지리산 하동 녹차를 고집하는 전통찻집-옛찻집

15년 전통의 인사동 토박이 찻집. 국산 녹차와 전통차만 판매한다.

녹차는 지리산 하동 지역의 잎차만을 사용하는데, 종류별로 그 맛이 다 일품이다.

대추차, 계피차 등의 전통차는 직접 달여서 만든다. 항상 신선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그날그날 만들어 사용한다고.

2층에는 테이블과 함께 따뜻한 온돌방이 마련되어 있고 3층에는 테이블만 놓여있는데, 두 층을 합하면 제법 규모가 큰 편. 한옥집처럼 한지를 바른 여닫이문을 달아놓은 창문 너머로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이 보이도록 한 것이나, 짚을 이용해서 창가를 장식한 것 등이 모두 향토적인 분위기를 물씬 자아내는 소품 역할을 하고 있다. 출출한 손님들을 위해 가래떡을 간식으로 메뉴에 넣었는데 인기가 좋단다. 평일 점심시간에는 잣죽과 흑임자죽을 판매하는데, 역시 직접 만든 것들. 가격은 모두 4천~5천원선. 위치는 인사동 사거리 해정병원 옆. 문의 02-722-5332

▽차맛을 돋우는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한과 & 떡-지화자

조선 왕조 궁중음식을 비롯하여 전통음식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온 궁중음식 연구원의 황혜성 이사장 가족이 오픈하여 떡과 한과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

궁중 생과방에서 숙수들이 섬세한 솜씨로 만들던 떡과 과자의 맛을 재현하고 보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발전시켜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오미자 화채, 수정과, 대추차, 생강차, 유자차 등의 전통차를 판매하고 있는데, 사각 접시에 담은 모양이 먹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너무 예쁘다.

떡과 과자는 모두 낱개로 포장되어 판매되기 때문에 세트로 구입할 때에도 원하는 종류와 수량을 정해서 담을 수 있는 것이 특징. 젊은 주부들에게 인기가 좋은 떡 케이크도 계속 새로운 종류를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폐백과 이바지 음식도 주문을 받아 제작해준다고. 본점 위치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건너편 창아스포츠센터 옆. 문의 02-548-9886

▽원두커피와 녹차를 섞어 만드는 색다른 ‘민토차'-민들레영토

대학가를 중심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찻집으로 신촌, 안암동 그리고 대학로에 위치하고 있다.

‘민들레 영토’라는 예쁜 이름에서 따온 차 이름 ‘민토차’는 원두커피와 녹차를 혼합해서 만든,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차. 커피가 주는 향기로움과 녹차가 주는 담백함을 혼합한 맛이라는 것이 개발해낸 주인의 설명.

자체 제작한 종이컵에 담아주는 것이나 3잔까지는 리필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이하다 하겠다. 차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한과와 떡을 소량씩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어서 출출한 시간에 간식거리로 안성맞춤. 녹차를 주문하면 일인용 도자기 컵에 잎차를 담아서 우려 마실 수 있도록 해준다. 허브차도 여성 손님들에게 인기라고. 대학로점 위치는 혜화동 KFC 골목 왼쪽 유료주차장 앞. 문의 02-745-5234

▽호롱불 하늘거리는 토속적인 분위기-달새는 달만 생각한다 I, II

전통찻집의 인테리어가 거의 대부분 우리네 옛집을 연상케 하는 소품을 사용하여 꾸며졌다지만 ‘달새~’에 들어서면 어느 깊은 산골집에 들어선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15평 남짓한 좁은 홀에는 겨우 둘이나 셋이 마주보고 앉을 수 있을 만한 고만고만한 크기의 테이블이 9개 놓여있고 그 사이사이에 졸졸졸 물이 흐르는 물레방아와 화초, 항아리, 바가지,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발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군데군데 호롱불까지 하늘거리고 있으니 잠시 21세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만도 하다. 여기에 특별히 주문해서 들여오는 잎차로 우려내는 녹차나 특별한 비법(!)으로 만들어낸 전통차를 한잔 마시면 금상첨화가 아닐는지. 골목 안쪽에 위치하면서도 손님들의 입소문으로 유명해져서 지난해에는 좀 떨어진 곳에 2호점을 냈다고 한다. 1호점보다 넓어서 그동안 조그만 테이블에 고생했던 손님들에게는 희소식. 녹차는 종류별로 5천~8천원. 위치는 인사동 해정병원 건너편 골목 안. 문의 02-720-9719

◇'녹차 마니아' 이명자씨가 들려주는 알짜정보

“녹차 제대로 마시는 방법 알려드릴게요”

설록차로 유명한 (주)태평양의 건강사업부에 근무하는 이명자 과장은 입사해서부터 14년째 녹차에 대해서 연구하고 강의해온 녹차 마니아. 차가 좋아서 녹차 연구로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생활차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는 그의 주장은 형식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말고 ‘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느끼라는 것. 그러면 구체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녹차 맛있게 마시는 노하우는 뭘까?

▽물의 온도가 가장 중요하다

어린 순으로 만든 고급차일수록 제맛을 내려면 낮은 온도의 물에서 우려내야 한다. 끓는 물을 숙우에 따라 적당한 온도가 되도록 식히는 과정이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숙우를 손에 쥐었을 때 따끈한 정도가 적당하다. 찻잎을 넣은 다음 우려내는 시간도 중요한데 2~5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

차를 끓이는 물은 수돗물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보다는 정수기를 통해 걸러낸 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수돗물을 사용할 때에는 하루 정도 가라앉혀 윗물만 사용한다.

▽찻잎의 양은 1인분에 2g정도로 한다

찻잎이 너무 적으면 싱겁고 반대로 너무 많으면 쓰고 떫은맛이 강해진다. 보통 2g 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작은 다기를 선호하는 경향이어서 우려내는 시간이 보다 빨라지는 추세이다.

▽처음부터 고급차에 길들여지지 말라

모든 일에 순서가 있듯이 차 역시 제대로 맛을 알려면 대작, 중작부터 마시기 시작해서 그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때 세작이나 우전과 같은 고급차를 마시는 것이 순서. 처음부터 고급차를 마시게 되면 차의 깊은 맛을 모르게 된다.

▽비싼 다기나 격식에 얽매이지 말라

차라고 하면 비싼 명품 다기를 사용해서 형식과 격식을 갖춰서 마셔야 하는 것으로 부담을 갖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기는 차를 마시기 위한 도구일 뿐, 그에 얽매여 차 고유의 맛과 향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처럼 애석한 일이 없다.

▽천천히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라

그저 빨리 마시고 일어나려는 생각을 버려라. 녹차는 물이 식고, 차가 우러나는 시간을 기다리는 여유를 함께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익숙해지면 차를 통해서 느긋한 마음을 배우게 된다.

▽티백은 물 속에서 좌우로 흔들어 우려낸다

간편하게 녹차를 즐길 수 있는 티백 제품도 맛있게 우리는 방법이 있다. 물의 온도는 마찬가지로 60~70℃ 정도가 적당하고 잎차보다 짧게 우려내야 한다. 이때 상하로 흔들지 말고 물 속에서 좌우로 6번 정도 흔들어서 우려낸 다음 건져내고 한번 더 우려내어 마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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