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병원 참상과 대북지원

  • 입력 2001년 2월 26일 18시 59분


의사 자격을 가진 뉴욕타임스 베이징(北京) 특파원이 최근 북한을 보고 돌아와 제대로 치료를 못 받고 죽어 가는 환자들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했다.

북한에서는 항생제가 모자라 기관지병 등 작은 수술만 받으면 살 수 있는 병으로 환자들이 죽어 나간다. 이번 겨울 같은 혹독한 추위에 난방이 안돼 병실 바닥에 물걸레질을 하면 살얼음이 얼었다. 북한 최고의 시설을 갖춘 김일성대학 병원조차도 수술실 외에는 난방이 안됐고 혈압계가 없어 손으로 혈압을 재고 있었다니 다른 병원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회주의 의료체계는 국가가 모든 병을 무상으로 치료해 주는 제도인데 북한의 의료체계는 거의 붕괴됐고 의약품을 살 수 있는 시장도 존재하지 않는다.

의료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은 임산부와 어린이다. 1998년도 유엔 보고서는 북한 어린이의 63%가 영양결핍으로 나이에 비해 발육이 부진하고 지능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영양실조로 신체기능이 저하된 북한의 어린이들은 작은 병에도 생명을 위협받고 수술을 받더라도 회복이 더디다.

국제적십자사와 미국 민간의료단체인 아메리케어와 유진벨 등이 각종 의약품 지원 활동을 펴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약품이 모자라 긴급한 치료가 끝난 환자들은 효능이 의심스러운 약초로 치료를 받는 실정이다.

작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한의 대북 지원규모는 크게 늘었으나 90% 이상이 식량지원 분야에 치중돼 있다. 작년 전체 지원액 중 보건의료 분야는 전체의 12%인 1380만달러에 그쳤고 대부분 민간단체의 실적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긴급구호차원의 식량지원보다는 보건의료 분야의 지원을 늘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에이즈 등 각종 질병으로 죽어 가는 아프리카 국가의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막대한 원조를 하고 있다. 항생제와 마취제가 없어 수술을 못하고 죽어 가는 북쪽의 동포들을 외면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에도 흠집을 낼 수 있다.

북한 정부도 금강산 관광사업 등을 통해 버는 외화를 다른 데 쓰지 말고 국민을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일에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사회주의 국가이든, 자본주의 국가이든 그것이 국가의 기초적인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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