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병마와 싸우는 '재소자의 어머니'

  • 입력 2001년 2월 23일 00시 44분


30년 넘게 전국 교도소를 찾아다니며 재소자들을 돌봐왔던 정팔기할머니(85·인천 부평구 부평3동)가 지병으로 외로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재소자의 어머니’로 불리는 정할머니는 지난해 8월 뇌경색 증세로 쓰러지기 전까지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참기름 장사를 해서 번 돈으로 매달 5곳 이상의 교도소를 방문해 했다.

정할머니는 전세 500만원짜리 단칸방에 살면서 수감중인 사형수나 장기수, 보호자가 없는 재소자 등에게 떡과 음료 등을 제공해 왔다. 14명의 재소자는 출소 후 결혼까지 시켰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살아오던 정할머니가 재소자들을 위해 봉사를 하게 된 것은 30여년전 명동성당 수녀를 따라 인천소년교도소를 방문한 뒤 부터.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세례명이 ‘안나’인 정할머니는 기도를 할때나 꿈속에서도 재소자들의 모습이 떠올랐고 결국은 그들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정할머니의 선행은 점차 세상에 알려져 그동안 대통령 훈장과 법무부장관상 등 각종 봉사상을 수십차례나 받았다.

냉방에서 생활하는 수감자들을 생각하며 평생 난방을 하지 않고 견뎌 온 정할머니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을 이기지 못해 쓰러졌다. 최근에는 인천 부평구 가톨릭의대 성모자애병원에서 퇴원과 입원을 반복하며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

정할머니의 병이 깊어갈수록 병원비는 눈덩이 처럼 불어났다. 병원비를 떠안아왔던 양아들 정진영씨(42)도 앞당겨 받은 퇴직금까지 병원비로 사용해 더 이상 어떻게 해볼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성모자애병원 사회사업과 김마가렛 수녀는 “평생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아왔던 정할머니는 이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병이 깊어졌지만 돈이 없어 간병인 조차 쓰지 못하고 있는 처지”라며 안타까워 했다. 032―510―5500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