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유동성장세'는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

  • 입력 2001년 2월 22일 14시 38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

유동성장세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최근 주식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오늘 종합주가지수는 장중한때 20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2시 20분 현재 외국인들이 820억원을 순매도하고 있지만 최근 주가약세는 국내부문의 유동성 보강이 이뤄지지 않는데서 찾아야 한다고 대다수 증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국인들은 올해들어 3조 2000여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자기역할을 120%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면 왜 국내금융기관들은 금리하락에도 회사채와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지 않는가. 오늘도 120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그동안 대다수 국내외 증권사들은 '국고채 금리가 계속 내려가면 역마진에 시달리는 금융기관이나 일반법인이 결국 회사채와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유동성 장세 불가피론'을 주장해 왔다.

이들의 주장대로 1월 2일부터 2월 21일까지 국고채(3년물) 금리는 20% 하락했다.

연초 6.68%에 달하던 국고채 금리(전날 3년물 기준)는 5.72%로 떨어졌다. 하지만 금리하락에도 불구하고 자금유입은 미미했다. 아무리 투신권 간접상품이 주가 등에 후행한다지만 금리하락폭에 비해 자금유입은 보잘 것 없다.

136조원(1월 2일)에 달하던 투신권의 수탁고가 149조원(2월 20일)으로 13조원 증가에 그쳤다. 그나마 입출금이 자유롭고 은행금리보다 높은 MMF만 12조 5500억원 증가했다. 주식형 간접상품은 1293억원 증가에 그쳤다. 장기채권형은 2조 162억원, 단기 채권형은 2조 4602억원 등 증가폭은 미미했다.

투신권의 수탁고 변화에서 국내금융기관들의 시황관을 읽어낼 수 있다.

MMF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아직도 국내투자가들이 향후 경기회복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김기현 삼성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주장한다. 은행수신금리의 하락으로 투신권으로 자금이 옮겨왔지만 위험자산인 채권과 주식형 간접상품에 투자하기엔 여전히 부담스러워 '중간기지'로 MMF에 들어왔다는 설명이다.

즉 구조조정지연과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국내기업들의 부도위험이 여전히 높아 현시점에서 회사채와 주식을 매수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향후 경제상황도 불투명해 MMF만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김 애널리스트는 전망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고채 금리가 최근 반등하는 것도 국내부문의 유동성 보강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국고채 금리가 하향안정을 보여야 상대적으로 회사채의 고수익률이 돋보이면서 자금이 옮겨오는데 국고채 금리가 반등하면서 당분간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이상국 마이애셋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은 지적한다.

이 팀장은 "최근 고수익을 겨냥하고 일부자금이 BBB등급 회사채를 매수했는데 국고채 금리 반등으로 이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망한다. 양자의 금리차이가 줄어들어 상대적인 가격메리트가 줄어들었고 금리위험에 대비할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다 미국증시가 연일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도 자금유입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미국증시 하락은 미국기업의 실적악화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 상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국내경기회복을 더디게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MMF에 대기하고 있던 단기자금이 회사채나 주식시장보다는 국고채로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팀장은 우려한다. '제2차 안전자산선호현상'이 재현될 것이란 얘기다. 이 경우 주가하락은 불가피하다.

오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모습에서 이같은 단초를 읽어낼 수 있다고 이 팀장은 우려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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