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년의 조건]<3>치매 실태와 관리

입력 2008-09-10 02:56수정 2009-09-24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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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행복한 노후를 가로막는 덫’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치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족의 따뜻한 배려와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모든 일을 손수 챙기던 똑 부러지는 어머니셨는데 이제는 아들도 못 알아보시니….”

지화진(68·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씨는 치매로 입원한 어머니 박임순(88) 씨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지 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초 처음 치매 증세를 보였다. 기억력이 나빠지는가 싶더니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가족을 알아보지 못했다. 지 씨는 “어디 아픈 곳이 있으면 수술이라도 해보겠는데 치매는 그럴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7년새 환자 11만명 늘어… 경제적 손실 年최대 7조3000억

치매 조기검진시설 태부족… 복지부 ‘치매와의 전쟁’ 선포

“식사관리-규칙적 운동으로 예방 가능 질병” 인식전환 필요

‘치매환자가 있으면 명절에 가족이 모이지 않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치매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는 질병이다.

최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치매를 잡지 않고서는 고령화사회에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치매노인 비율 세계 최고=손모(58·경기 용인시) 씨는 누나의 치매 치료비 문제로 형제간 불화까지 생겼다. 누나는 자녀가 없다 보니 형제들이 챙겨야 했다.

한 달에 200만 원 이상 병원비가 나왔지만 다른 형제들은 보탤 형편이 못돼 고스란히 그의 부담이 됐다. 가정형편을 이유로 ‘나 몰라라’ 하는 형제들이 야속하기도 했다. 아내와 다투는 일도 잦아졌다.

손 씨는 “가족 중 치매환자가 생기면 그 어려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며 “더 힘든 것은 이렇게 노력해도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할 때”라고 말했다.

2007년 우리나라의 치매 노인은 전체 노인(481만 명)의 8.3%에 해당하는 39만9000명. 2000년 28만2000명에서 7년 새 11만7000명(41.4%) 늘었다.

국내 치매환자 비율은 일본(3.8%), 영국(2.2%), 미국(1.6%), 스페인(1.0%) 등과 비교했을 때 최고 수준이다.

고령화 속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탓에 앞으로 증가세도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치매노인은 2010년 46만1000명(전체 노인의 8.6%), 2015년 58만 명(9.0%)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치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엄청나다. 지난해 치매환자 진료비는 3268억 원. 그러나 이는 단순 의료비만 계산한 것으로 직간접 비용을 포함할 경우 연간 3조4000억∼7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는 예방 가능한 질병=자녀들을 결혼시킨 후 경기 양평에서 농사를 짓던 조여운(가명·65·여) 씨는 2년 전 고구마를 찌다가 깜빡 잊어 냄비를 모두 태웠다. 평소 잘 알고 있던 길을 찾지 못하고 돈을 세는 것도 어려워졌다.

즉시 병원을 찾은 조 씨는 퇴행성 치매질환인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이후 정기적으로 치매클리닉을 찾아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다. 조기에 치매를 발견한 덕택이다.

치매는 크게 혈관성, 대사성, 원인불명 치매로 나눈다. 혈관성 치매가 30∼40%, 대사성 치매가 10∼20%를 차지하며 원인불명 치매가 50% 정도 된다.

이 가운데 원인불명 치매를 제외하면 사전에 발병을 막을 수도 있다.

김성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치매클리닉 교수는 “평소 부모님의 행동을 잘 관찰하면 치매 단계로 들어가기 전에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치매를 ‘노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편견과 무지가 치매의 예방과 치료를 어렵게 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치매를 ‘인지증’이란 병명으로 바꾼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오병훈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원장은 “치매를 예방하려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에 걸리지 않도록 식사관리를 하고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며 흡연과 음주를 피하고 항상 웃고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매 인프라 허술=치매노인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치매를 조기 검진할 수 있는 시설은 크게 부족하다. 전국 252개 보건소 중 절반도 안 되는 118곳에서만 검진이 가능하다. 국가 치매 예산은 12억 원으로 암 예산(1027억 원)과는 비교가 안 된다.

치매환자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지 않아 사후관리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66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생애전환기검진사업에서 치매로 진단을 받아도 정밀검진이나 치료 등 사후관리는 없다시피 하다.

치매로 추정되는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는 15.5%에 불과하다. 띄엄띄엄 치료를 받는 환자는 16.5% 정도. 나머지 68.0%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복지부는 곧 치매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2010년까지 전국 모든 보건소로 치매 조기검진사업을 확대하고 생애전환기검진 연령을 현재의 66세에서 60세 정도로 앞당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문덕 복지부 노인정책과 과장은 “치매는 가족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국가가 나서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치매환자 93% 보험대상 판정

요양시설(1,2등급)-보호사(3등급) 서비스 제공

■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은

치매는 정신적 고통 못지않게 경제적 고통도 큰 질병이다.

민간 보호시설이나 요양시설을 이용하려면 매달 150만∼200만 원이 들고, 집에서 간병하는 경우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다행히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실시되면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요양시설에 치매노인을 입주시킬 경우 비급여 항목을 포함해 월평균 50만∼60만 원이 든다.

7월 말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자 중 치매 추정 환자는 7만2701명. 이 중 보험 대상 판정을 받은 사람은 93.1%인 6만7667명이다.

보험 대상 판정을 받는다고 모두 시설에 입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66.3% 정도 되는 1, 2등급만 입소할 수 있다. 3등급(26.8%)은 시설 입소는 못하지만 집에서 요양보호사를 불러 보호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경증 치매노인은 심신 기능 상태를 모두 점검한 뒤 양호하다고 판단되면 등급 외 판정을 내린다”며 “이들에게는 ‘노인 돌보미’ ‘보건소 치매조기검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매환자가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낮에는 멀쩡하다가도 날씨가 흐리거나 밤이 되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치매 판정이 쉽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보험 신청을 하면 공단 직원이 나와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

노인의 신체기능과 문제행동 여부 등 31개 기본 항목에 대해 점검하고 치매노인의 경우 인지기능 등 21개 항목을 추가로 조사한다.

요양보험 대상 여부와 등급은 현장 직원의 의견서를 바탕으로 등급판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따라서 치매환자 가족은 현장 조사 때 직원에게 치매가 있다는 사실과 환자의 평소 상태를 자세하게 설명해 줘야 한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 의사 소견서를 내면 좋다.

치매로 판정돼도 신체 기능에 문제가 없고 일부 인지 기능에서 떨어지면 등급 외 판정을 받는다.

추후 치매 증상이 악화되면 언제든지 다시 신청할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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