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년의 조건]<4>노인 건강검진 실태

입력 2008-09-11 02:58수정 2009-09-2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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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후를 누리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한 노인이 검진을 받고 있다. 홍진환 기자
66세 때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서는 노인 질환을 중점적으로 검진받을 수 있다. 홍진환 기자
아파도 “늙은 탓”… 70대 절반만 건강검진 받아

60대도 검진율 61%… 20대 비해 20%P나 낮아

“큰병이면 어쩌나” 두려움… 자식 눈치도 보여

국가검진 항목에 치매 - 뇌중풍 등 빠져 ‘구멍’

《한 달 전 이윤경(35·여·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씨는 형제들과 의논해 대전에 사는 부모님이 종합건강검진을 받도록 해드렸다. 검진비 160만 원은 다른 세 형제와 40만 원씩 나눠서 부담했다. 검진 결과 아버지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지만 어머니는 고지혈증과 초기 치매 진단이 나와서 계속 약을 복용하며 검사를 받고 있다. 이 씨는 “검진에서 조기 진단을 받은 덕분에 치료를 서두를 수 있었다”며 “처음에는 ‘별로 아픈 데도 없는데 병원 가서 뭐 하느냐’며 검진을 안 받겠다고 하시던 어머니가 이제는 검사 받는 날이 되면 식사도 안 하고 기다리신다”고 말했다.》

건강한 노후생활을 누리려면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필수다. 검진을 통해 조기에 병을 발견하고 조심해야 할 질병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면역과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는 노년기에는 건강검진이 더욱 필요하다.

▽저조한 노인 건강검진율=우리나라 노인의 건강검진율은 젊은 사람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7년 건강보험 가입자 건강검진율’ 조사에 따르면 수검률은 60대 61.39%, 70대 50.71%, 80대 27.96%, 90대 9.84%로 10대(82.34%), 20대(81.22%), 30대(65.90%)에 비해 크게 낮았다. 또 노인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수검률은 급격히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모(75·서울 성동구 옥수동) 씨는 1년 전부터 건강보험공단에서 무료 건강검진 안내서가 날아올 날만 손꼽아 기다려 왔다. 날로 심해지는 무릎 통증과 치매 검사를 받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근 건강검진 안내서를 받고는 크게 실망했다. 아무리 샅샅이 읽어봐도 관절 검사와 치매 검사는 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김 씨는 “그렇다고 일반 병원에서 비싼 개인건강검진을 받을 만한 돈은 없다”며 “무료 검진이니 받기는 하겠지만 정작 노인한테 필요한 검사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일반건강검진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갑상샘 질환, 혈액 관련 질환 등이 주요 검사 항목이다. 주로 40, 50대가 잘 걸리는 질환 위주로 구성됐다.

노인에게 생기기 쉬운 뇌중풍(뇌졸중), 치매, 관절 질환, 요실금, 뼈엉성증(골다공증), 낙상 위험, 우울증은 항목에서 제외됐다.

일반 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는 ‘효검진 프로그램’ ‘100세 건강검진’ ‘시니어 프로그램’ 등의 이름으로 치매, 뇌중풍, 관절 검사 등이 포함된 노인 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은 비용이 100만 원을 넘기 때문에 생활력이 없는 노인은 자녀의 도움 없이 받기 힘들다.

▽병원 치료 중이라도 건강검진 필요=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등 만성질환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노인 중에는 별도의 건강검진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검진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당뇨병 때문에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이모(72·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씨는 따로 건강검진은 받지 않는다.

이 씨는 “2,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서 혈액과 혈압 검사를 받으며 기초적인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데 번거롭게 따로 시간을 내서 검진 받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몸이 아파도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지 않는 습관 △중대 질병을 발견할 것에 대한 두려움 △질병이 있을 때 자식들에게 끼칠 미안한 마음 등도 검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질환 때문에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는 노인이라도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알기는 힘들다”며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서만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진호 서울대병원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평소 건강검진을 받지 않던 노인이 증상이 생겨 건강검진을 받으려면 검사 항목이 많아져 비용 부담이 높아진다”며 “요즘은 수면내시경, 마취크림 등 검진 기술의 발달로 체력이 약한 노인도 쉽게 검진을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년층 대상 건강검진 홍보 절실=전문가들은 “국가 건강검진에서 노인을 위한 검진항목을 늘리는 작업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힘든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른 각종 의료비, 재활 프로그램 등의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김한숙 보건복지가족부 건강정책국 사무관은 “생애전환기 검진에 포함된 뼈엉성증 검사도 이로 인한 약제비 증가 문제 때문에 건강검진 항목에 추가로 넣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3월 중 안과·이비인후과 질환을 건강검진 항목에 추가로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가 건강검진은 단순 안내문 형태로 통보되기 때문에 검진을 받도록 유도하기 힘든 것도 문제다. 특히 눈이 나쁜 노년층은 검진 안내문을 읽지 않고 그냥 지나쳐 검진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매년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사람은 500만∼600만 명에 이른다.

윤종률 전 노인병학회 이사장(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앞으로 살면 얼마다 더 살겠느냐’는 생각에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노인이 많다”며 “그러나 노년기에 접어든 65세의 경우라도 앞으로 15∼20년을 더 살 수 있고, 75세라면 10∼12년, 80세 노인이라도 7, 8년은 더 살 수 있으므로 검진을 통해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66세때 생애전환기 검진 받으세요”

건보공단 무료 실시… 골밀도 등 노인질환 중점 검사

건강한 노인이라도 1년에 한 번 이상의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년에 한 번씩 시행하는 무료 건강검진은 무조건 챙기는 것이 좋다. 건강검진에서는 고혈압, 당뇨병, 간장, 신장, 빈혈, 폐결핵, 흉부질환, 구강질환 등 8개 질환 관련 23개 항목에서 진찰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자궁경부암 검사도 받을 수 있다.

자궁경부암 검진 이외에 위암 대장암 유방암 간암 등 주요 암 검진을 추가로 받으려면 본인이 20%를 부담해 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일부 대상자에 한해서 20%의 비용까지 무료로 지원해 주기도 한다. 만약 이 프로그램에서 암이 발견되면 해당 보건소에서 치료비 일부를 지원해 주기도 한다.

만 66세의 남녀 노인은 건보공단에서 시행하는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 진단에서는 암 검진 이외에 여성의 경우 골밀도 검사도 받을 수 있다.

맞춤형 건강검진을 받고 싶은 사람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개인병원에서 운영하는 노인검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개인병원 검진을 받을 때는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검진항목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병원 검진을 받을 때 주요 암 검사와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골다공증, 빈혈, 갑상샘, 간기능, 신장기능 검사 등은 꼭 필요한 검사로 2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조금 더 고급 검진을 받고 싶다면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예상해야 한다. 가령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이라는 고급 기기를 이용하는 치매 검사는 100만 원 가까이 든다. 또 자기공명영상(MRI)촬영을 하는 관절 검사나 뇌혈관 검사를 받으려면 각각 80만∼100만 원이 든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가의 검진기기를 이용해 다양한 항목을 검사한다고 해서 정확한 검진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치매, 관절염, 뇌중풍(뇌졸중), 낙상위험, 우울증 등 노인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알아보는 검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윤종률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정기 건강진단을 받는 노인일수록 건강수명이 연장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므로 본인이 스스로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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